태광그룹 비자금의 실체를 향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며 정점을 치닫던 검찰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광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는 비자금 조성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에 대한 소환을 늦추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검찰이 아직까지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에 대해 이 회장 모자(母子)를 압박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한방’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그동안 태광그룹의 자금 총괄 담당으로 알려진 박명석(61) 대한화섬 대표를 비롯, 그룹의 재무 관리 담당 전·현직 인사 20여 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태광그룹 본사, 이 상무의 자택 등 비자금 조성 의혹의 단서를 포착할 만한 곳이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은 당장 압수물 분석에만 상당 부분 시간을 쏟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관계자는 25일 “압수물 분석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다”며 “얼마나 걸릴 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우나 상당 부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 모자에 대한 소환은 검찰의 압수물 분석이 일정 부분 끝난 뒤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80세가 넘은 고령의 이 상무의 경우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어 검찰의 소환이 이뤄진다 해도 조사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실제 이 상무는 최근 잇단 검찰 수사로 인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심하게 받아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집중해 온 검찰이 정·관계 로비 의혹쪽으로 수사방향을 완전히 튼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진작에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태광그룹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로비 의혹과 관련된 수사 자료를 넘겨 받은 검찰로서는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검찰은 향후 이 회장 모친의 소환에 앞서 이 회장의 친인척은 물론 대학 동문, 친구 등까지 소환 대상을 넓혀나가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상무의 자택과 은행 대여금고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나가면서 태광그룹의 핵심 간부 2~3명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