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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회장 '자진사퇴' 표명…후계구도 '촉각'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진 사퇴를 후계 경영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 회장은 전날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 본점에서 가진 정례 최고경영자(CEO) 미팅에서 "올 초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연임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면서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게 되면 그 밑에서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라 회장이 처음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라 회장은 "나를 음해하는 사람이 많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동안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팅에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등 6개 계열사 사장이 참석했다.

또 라 회장은 CEO회의에 이어 신상훈 사장 및 이 행장과의 5분간의 짧은 만남을 가지고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금융권 안팎에서는 류시열 사외이사가 라 회장을 대신해 당분간 회장 직무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라 회장은 오는 30일 예정된 신한금융 정기 이사회에서 공식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라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하더라고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라 회장을 포함한 ‘신한 3인방’의 동반퇴진이 결정될 경우 앞으로 새 회장을 선출하기 전까지는 신한금융의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인방 동반퇴진설' 무르익어

라 회장의 자진사퇴 표명은 내달 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중징계를 앞두고 명예만을 유지코자 하는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라 회장의 이같은 행보가 남은 신한 2인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즉, 라 회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직무정지 중인 신상훈 지주사장과 이백순 은행장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례적으로 3인방이 뭉쳐 향후 사태 수습을 논의한 것으로 보임에 따라 후속 경영체제의 변화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은 라 회장 사퇴 뒤 대표이사 직무대행 선임을 비롯해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라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되는 대표이사 회장의 직무대행으로는 현재 류시열 비상근이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류 이사는 한국은행 부총재를 거쳐 제일은행장, 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낸 은행 통으로 신한 내부사정에도 밝다는 게 장점으로 직무대행은 물론 차기 CEO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이 라 회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류 이사의 직무대행 선임을 반대하고 있어 이사회에서 직무대행 선임 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이다.

한편 30일로 예정된 신한금융 정기 이사회는 신한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일정을 앞당겨 개최되는 것이다. 이날 라 회장이 사퇴의사를 공식화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지만, 아직 결론은 알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일부 재일교포 사외이사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