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민생을 위해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한나라당 소속의 충북도내 한 기초단체장은 도의 무상급식 비용 시군 분담 방침을 놓고 당황함을 감추지 못해 이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반발하기에는 민심의 눈초리가 신경이 쓰여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야당 소속인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기용 도교육감은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무상급식 전면시행 추진을 어느 정도 예견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시군 예산 분담 방침을 놓고 도와 소속 시 기초단체가 어느 정도 각각 6대 4로 정해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비용부담 비율이 거꾸로 4대 6이 되면서 기초단체들이 속앓이도 하고 있다.
충북도가 시군에 내려보낸 무상급식 시군 분담액 통보 공문에 따르면 청주시는 164억여원 중 98억여원을, 충주시는 44억여원 중 26억여원, 제천시는 28억여원 중 17억여원을, 청원군은 29억여원 중 17억여원을, 음성군은 18억여원 중 11억여원을 각각 부담토록 했으며 단양군은 5억3000여만원 중 3억2000여만원을 내년도 무상급식비용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한창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활발한 시기에 이같은 '돌발 항목'이 신설되면서 시군 예산담당자들이 불어난 무상급식 예산을에 고민에 빠지고 있다.
한 예산담당 공무원은 "이미 각 부서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받은 상태여서 총액 내에서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운영경비를 우선 줄이고 긴급하지 않은 건설사업비 등을 감액해 무상급식 분담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예산담당 공무원은 "도지사 공약사업이라면 도가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이 옳을 것이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시군이 더 많은 비용을 내도록 한 분담액 결정 공문이 내려와 당혹스럽다"라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시군 예산담당 공무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예산 빼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민주당 소속 충북지사와 시장군수들은 지방선거 때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무상급식 시행 추진에 열을 가하고 있다. 야당 소속인 우건도 충주시장은 "정부와 도가 추진하지 않을 경우 시 자체예산으로라도 할 것"이라고 호언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처음에 무상급식에 난색을 보였던 여당 소속 시장군수들도 야당 지사와 시장군수와 협의을 거치면서 최근에는 어느정도 무상급식 공약에 동의하는 모습도 약간 내비치기도 했다.
한 기초단체장은 언론매체 '뉴시스'를 통해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합의한 사업이니 만큼 추진될 것을 예상해 시군이 여기에 반기를 들 수는 없을 것이다"며 "도의 무상급식 사업에 협조하는 것을 조건으로 다른 사업반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기초단체장도 '뉴시스'와의 대화에서 "무상급식 사업을 시장군수가 거부할 수도 있지만 갈등으로 인해 서민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어 굳이 그렇게 해서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며 "불만이 있더라도 교육에 대한 투자이고, 도에서 하는 일인 만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놓고 소속 시 기초단체장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몇몇 한나라당 기초단체장들은 "먼저 기초생활수급자 등 가난한 서민들부터 시행하며 천천히 추진한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도시의 잘 사는 사람들에게 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