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 이른 가을 추위가 찾아와 찬바람이 제법 매섭다. 찌는 듯한 폭염에 예고 없는 아열대성 소나기까지 유난히 날씨 변덕이 심했던 올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와 함께 연일 일교차가 큰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침저녁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집에 있는 악기의 상태를 잊지 말고 점검해봐야 한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예민한 악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온 다습한 기후에 약한 피아노, 최소 연 2회 조율 필요
피아노는 약 8천 여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예민하고 섬세한 악기로, 고온 다습한 기후에 무척 약하다. 특히 70%를 차지하는 목재에 외부의 습기가 흡수되면 부품이 팽창하여 음색이 둔해지고, 음량이 저하되어 적절한 음을 내기 힘들어진다.
또한 습기가 높아질 경우, 건반의 터치가 둔해질 뿐 아니라, 금속 부분에 녹이 슬면서 강철로 만든 현이 부식되어 끊어질 수도 있다. 너무 건조한 환경 역시, 피아노 관리에는 치명적이다. 부품이 수축되거나 향판이 갈라져 잡음이 생길 수 있고 수명도 단축되기 때문이다.
피아노 관리에 적정한 온도는 15~20도, 습도는 50~60%로 환기가 잘 되는 쾌적한 장소에 두는 것이 좋다. 기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환기가 잘 될 수 있도록 벽에서 10~15cm 가량 간격을 두어 설치해야 하며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고려하여 봄과 가을,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조율해주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일부 고온다습한 지역 생산 피아노의 경우 나무의 수축이나 향판의 변형, 현의 장력이 일정치 않을 우려가 있으므로 구입시 보다 철저한 확인과 관리가 필요하다.
요즘은 저렴한 중고피아노가 인기를 끌면서 대부분 제대로 조율과 청소 등 관리가 안된 피아노의 구입으로 집안 세균증식의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음정이 불안정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중고피아를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모든 부품의 교체와 재 가공이 필요하며, 건반 및 내부 항균 청소 등을 통해 오염을 완벽히 제거하여 세균번식의 우려를 막아야 한다.
일시적으로 습기의 영향을 받아 건반이 부풀어오른 경우에는 드라이어나 전기 제습기, 선풍기를 사용해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가볍게 말려주는 것이 좋다. 맑은 날에는 윗 뚜껑과 하판을 열어 통풍시켜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관악기는 습기 충분히 제거한 후 케이스에 넣어야
관악기를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에 입김을 불어 연주하는 관악기는 관 속에 습기가 고이기 쉬우며, 그로 인해 부식되거나 칠이 벗겨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패드가 마르거나, 악기의 스프링이 녹슬게 되면 악기의 수명이 단축 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관악기는 전용 브러시로 닦아 관의 습기를 충분히 제거한 다음 악기 스탠드에 걸어 말린 뒤,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 케이스에 넣는 것이 좋다. 알버트웨버 등 일부 전문 브랜드에서는 전문 관악기 케어 용품과 다양한 전용 부품들을 판매하며 서비스해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 저렴한 중국산이나 중고악기 구입시 주의해야
일부 저렴한 중국산 관악기 중에는 관 자체의 도장상태가 고르지 못해 쉽게 녹이 슬고 도장이 벗겨져 부식되는 제품이 있으므로 구입시 주의가 필요하며, 가능하면 전문업체 제품을 선택한 후 업체의 A/S와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중고제품은 이전 연주자의 관리와 제품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고가의 중고제품 구입시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으며, 수명이 다한 부품은 제때 교환해 주는 것이 좋다.
한편, 영창악기 관계자는, "악기는 한번 상태가 나빠지면 큰 돈을 들여 수리해도 원래대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처음 구매 할 때부터, 중고보다는 믿을 수 있는 신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기적으로 전문가의 조율을 받거나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악기를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사진 및 도움말:영창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