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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명의 사람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비결

요즘 주말 극장가 예매 1, 2위를 다투는 할리우드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은 페이스북을 만든 28세의 마크 주커버그다. 그는 하버드 재학 시절 괴짜로 불리며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지냈다. 그는 학교 친구들끼리 사진과 간단한 글을 주고받는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학교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가 치솟자 이를 전 세계로 확장시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빌 게이츠에 버금가는 천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단 하나다. 적절한 시기에 다가온 최고의 기회를 꼭 붙잡아야 한다는 것.  

전 세계 천재들이 모인다는 하버드에는 마크 주커버그 말고도 수많은 괴짜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하버드 동창생들에게 아이디어 도용으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특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그 아이디어에 대한 수요가 팽창하는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는 카이로스라는 기회의 신이 있었다. 카이로스의 앞모습은 근육질의 멋있는 몸매, 뒷모습은 반질반질한 대머리였다. 그의 근육질 몸매에 반했어도 이미 그가 지나갔다면, 다시 붙잡으려 해도 움켜쥘 머리조차 없는 대머리여서 붙잡을 수가 없다. 로마인은 이 신의 이름을 바꾸어서 기회Occasion이라는 뜻의 오카시오Occasio라고 부르기도 했다.

요즘 서점에 가면 쉽게 눈에 띄는『카이로스』라는 책의 제목도 기회의 신 이름을 차용했다. 제목만 보고도 이 책이 설득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적절하게 말하는 타이밍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은 카이로스를 가졌는가?”라는 표지의 문구는 더 이상 지나치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기회를 붙잡는 능력에 대한 직장인들의 잠재된 욕구를 날카롭게 포착한 책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기획력 하나로 승부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획을 펼칠 기회를 붙잡는 집념 아닐까? 『카이로스』의 저자 제이 하인리히는 책 속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기회 포착 능력이 있는 카레이싱 선수는 정확한 시점을 찾아내어 다른 차 앞으로 끼어든다.”

기회라는 것은 얼마나 순식간에 지나가는지, 다시 쫓아가서 붙잡을 수가 없다. 다행인 점은 우리 앞을 스치는 기회가 앞으로도 많다는 것이고, 아쉬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포착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마크 주커버그를 부러워해야 하는 건 그의 천재적인 두뇌가 아니라 천재적인 기회 포착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