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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김동수 공정위원장 취임사

[재경일보 장세규 기자] 친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여러분!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을 뒤로 한 채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서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공직생활을 마감한지 근 2년 만에, 영광스럽게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다시 한 번 봉사하라는 정부의 부름을 받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취임의 인사를 전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사무관 시보로서 공직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32년 전 그 날에 느꼈던 그 설렘과 흥분은 잠시뿐, 위원장으로서의 막중한 소임과 무거운 책임감이 물밀듯이 몰려옵니다.

저는 이 취임의 자리를 빌어서 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의 일단에 대해 말씀드리고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국정가치는 공정사회의 구현입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시장경제체제의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래서 더욱 다른 어느 기관보다도 앞장 서서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데에 구심점(求心點)이 되어 줄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저는 공정거래위원회 가족 여러분들 모두가 이 같은 시대적 소명을 다시 한번 깨닫고 다짐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나가야 할 좌표(座標)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의 토대 위에서 공정한 사회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우리 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냉철하게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선, 지금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은 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 기존의 패러다임을 보다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이 우리 위원회에 있어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고 엄단하는 차가운 파수꾼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온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경제주체가 상호 공존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따뜻한 균형추로서의 역할을 추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어느 한쪽을 택하고 다른 한쪽을 버려야 하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라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축으로서 궁극적으로 윈윈하는 상생의 관계가 되도록 모두 보호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일방적인 규제와 보호의 관계를 지양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상호협력관계를 유도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굳건한 기반을 쌓아 가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균형감각 위에서, 저는 우리 위원회가 앞으로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불편부당하게 모든 이해주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시장경제 내의 갈등과 불화를 조정하고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 위원회는 감시자나 심판자의 역할을 뛰어 넘어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시장의 균형자로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핵심실천과제로서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우리 위원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리고 다른 어느 정부부처보다도 먼저 문제점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하겠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세계경제는 제 2의 대공황이라고까지 불리는 긴 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와 조금씩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경쟁국들보다도 슬기롭게 경제위기를 헤쳐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는 고용불안이나 양극화와 같은 여러 경제적 난제들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특히, 원자재가격 급등과 함께 글로벌 유동성 확대 과정에서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물가상승압력은 올 한해 우리 경제는 물론,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잠재적 불안요인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우리 위원회는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른 부처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혹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부처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나무만을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논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재화나 서비스를 불문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유통체계 내의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시장가격이 왜곡되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 비일비재합니다.

앞으로 미시적인 차원의 물가안정 노력은 이러한 유통구조의 개선 등을 통하여 시장경제원리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데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점에서, 물가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우리 위원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화되고 확대되어야 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세 번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적인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우리 위원회가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서기 바로 직전까지 저는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의 최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진에 부단히 애쓰는 모습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들 중소기업들이 비록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내실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사업을 강력히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저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단순히 시혜적 차원의 지원과 보호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협력을 통해 구조적으로 공존과 상생이 가능한 관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여러분!

저는 앞으로 우리 위원회의 위상과 역량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예방(豫防)하는 능력에 의해서 결정되고 판단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은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해 과거 우리가 겪었던 경제위기로부터 값 비싸게 얻은 참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은 언제나 현장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실상을 도외시하고 책상 머리맡에서 만들어낸 대안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리가 만무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찾았다 하더라도 적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예방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계신 모두가 현장 친화적(現場 親和的) 사고와 행동방식으로 무장하고 속도감(速度感) 있게 일을 처리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오늘 새롭게 다져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옛말에 “자기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2011년 신묘년 새해 근무 첫날을 맞아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이 말의 의미를 천착(穿鑿)하면서, ‘공정’과 ‘상생’ 그리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실천과제들에 대한 고민으로 업무를 시작하기를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하게 환영해 주신 공정거래위원회 가족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위원장으로서 공정사회 구현을 통한 선진일류국가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우리 위원회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추운 날씨에 여러분 모두가 건강하시고, 댁내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1. 1. 3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