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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STARS·영화리뷰>코믹한 강마에가 엿보이는 '조선명탐정' 유쾌한 115분

[재경일보 김은혜 기자] 가장 재미있게 영화를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기대하지 않고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기대를 안했던 드라마 '마이 프린센스'가 김태희·송승헌의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영화 역시 기대를 하면 '실망'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보는 것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다.

▲'조선명탐정'은 김명민의 코믹연기가 즐거웠던 영화다.
▲'조선명탐정'은 김명민의 코믹연기가 즐거운 영화다.

17일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감독 김석윤, 제작 청년필름, 위더스필름) 언론시사회 내내 즐겁게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지금까지 김명민의 출연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영화는 많았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캐릭터 소화는 매번 찬사를 받을 만큼 최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이후 영화에 대한 반응은 그의 드라마 출연작보다는 상대적으로 냉담했다. 몸무게를 빼면서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했던 '내 사랑 내 곁에', 딸을 잃은 목사를 연기했던 '파괴된 사나이'등 그의 연기력은 어느 누구와도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김명민'이란 존재를 각인시켰던 것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다. '불멸의 이순신', '불량 가족', '하얀 거탑'에 이어 가장 최근에 선보였던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가 그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캐릭터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흥행 여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연기'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사회에 참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했기에 영화를 보고 나오며 '이 영화 흥행 되겠는 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영화 개봉시기도 구제역 사태와 연이은 한파 등 우울한 소식이 많은 지금과 맞아떨어졌다. 이런 시기일수록 대중들은 무겁고 심각한 내용보다는 가볍고 웃을 수 있는 내용을 찾게 된다. 그 시간 만큼은 고민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가족들과 또 연인들과 웃으면서 영화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조선명탐정'은 탐정 영화 형식이다 보니 지나친 가벼움은 배제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에게 뜨는 캐릭터인 '허당'의 모습을 지닌 명탐정을 앞세우고 있다. 이는 영화의 매가폰을 잡은 김석윤 감독이 대중들의 흐름을 읽는 KBS를 대표하는 스타 PD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집어넣는 게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김명민에서 벗어나 코믹한 강마에의 모습을 보는 것도 팬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 자신 또한 어두운 캐릭터를 벗어나 연기변신을 꾀하고 싶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작품은 연기자도 관객도 모두 만족할만한 작품인 것 같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는 웃음보를 터트리게했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는 웃음보를 터트리게했다.

영화는 곳곳에서 웃음코드를 만들어 놨다. 충무로 공인 감초배우다운 오달수는 특유의 무표정한 말투로 불평 가득한 투덜이 스머프처럼 명탐정을 골탕 먹이지만, 위기마다 나타나 명탐정을 구해준다. 김명민은 천재적인 두뇌와 번득이는 추리,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를 소유하고 있지만, 2% 모자라고 20% 넘치는 허당천재 명탐정으로 뻔뻔하고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한지민은 그동안의 청순단아함이 아닌 섹시를 선보이며 연기변신을 꾀했다.
▲한지민은 그동안의 청순단아함이 아닌 섹시를 선보이며 연기변신을 꾀했다.

이들의 가벼움과 달리 한지민은 한객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청순 단아를 버리고 팜므파탈로 변신한 한지민은 영화의 비밀 키를 잡고 있으며, 천주교라는 사상을 통해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캐릭터를 모두 다 담아내기에는 115분이라는 시간은 부족했다. 이에 기자간담회에서 김석윤 감독은 "세 배우의 캐릭터가 너무 아까워서 속편을 제작하고 싶기도 하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영화 흥행' 여부라는 전제조건이 달리겠지만..

영화는 정조 16년,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의 배후를 찾기 위해 정조의 밀명을 받고 떠나는 조선 제일의 명탐정(김명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명탐정과 한객주(한지민) 외 개장수 서필(오달수)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다른 느낌이 나도록 했다.

수사 첫날부터 자객의 습격을 받은 명탐정은 서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서필과 함께 사건의 결정적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 곳에서 명탐정과 서필은 조선의 상단을 주름잡으며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객주를 만나게 되는데…….

12세 관람가. 런닝타임 115분.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