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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도쿄 거주 외국인 ‘서둘러 고국으로’…끝없는 재입국 신청행렬

[재경일보 도쿄=김송희 특파원]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17일 오전 7시. 도쿄 시나가와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한 한국인 김모 씨는 길게 늘어선 줄에 당황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자녀나 형제를 둔 가족들이 그러하듯 후쿠시마현 원자력 발전소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방사능 유출을 염려한 김 씨의 가족도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만' 귀국하라고 독촉해왔다고 한다.

처음엔 가족들에게 '도쿄는 괜찮다, 다들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고 안심시키던 그도 매일같이 찾아오는 여진과 언론의 보도가 무서워, 자고 일어나면 떠난다는 주변의 한국인들을 보면서 잠시만이라도 도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도쿄 출입국관리국의 재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채 외국으로 나가면 일본 체류 자격이 없어진다. 그래서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만'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귀국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날 김 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외국인이 많이 몰릴 것을 예상해 새벽 4시50분에 친구와 함께 집을 나섰다고 했다. 관리국에 도착했을 때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김 씨는 건물 밖으로 500m 이상 길게 늘어서 있는 줄 한 가운데에 서 있다며 도쿄만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에 춥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오후 4시. 집을 나선지 약 12시간 만에 재입국 허가서를 겨우 받아 든 김 씨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멀고도 험한지 몰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인 김 씨처럼 수많은 일본 거주 외국인들의 출국 행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