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은혜 기자] 재벌가의 외국 대학 선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과거 재벌가 2, 3세들이 대부분 국내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서 경영학석사(MBA) 코스만 외국에서 밟았던 관행이 더욱 심해져, 2000년 이후에는 중학생일 때 아예 유학길에 오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재벌닷컴 자료에 따르면 자산 순위 30대 재벌그룹 총수의 직계 자녀와 4촌 이내 친족 중 만 20세 이상 146명 중 무려 59명(40.4%)이 유학길에 올랐다.
이중 42명은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유학했고 나머지 17명은 아예 고교시절부터 외국 학교에 다녔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외국 대학 진학률이 높았다.
특히 외국 대학 선호는 최근 10여 년간 더욱 뚜렷해졌다. 2000년 이후 대학에 들어간 재벌가 자녀 23명 중 20명이 해외 대학을 택했다. 모두 20대 연령인 이들의 외국 대학 진학률이 무려 87%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하면 20대의 외국 대학 비율이 확실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0대는 31명 중 10명(32.3%), 50대 25명 중 5명(20%), 60대 이상 38명 중 9명(13.2%)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룹별로는 효성, 롯데, 한화 총수 가족의 외국 대학 진학률이 높다.
효성그룹은 조사 대상자 7명 중 조석래 회장을 포함한 6명이 국내 고교 졸업 후 일본과 미국 등 외국 대학에 들어갔다.
롯데그룹도 6명 중 신격호 회장을 포함한 5명이 일본 등에서 대학을 나왔다.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유일하게 부산여고를 거쳐 이화여대를 졸업한 국내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가족은 김 회장과 세 자녀 등 4명이 외국 대학을 다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가족은 이 회장(서울사대부고→일본 와세다대)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서울예고→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이 국외에서 대학공부를 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국내에서 대학을 다녔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가족은 모두 국내 대학을 나왔다.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휘문고와 고려대를 나온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를 받았으며, 세 딸은 모두 국내 대학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