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급격히 하락하면서 대만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됐다. 지난해 1월20일에만 해도 개당 3.15달러에 달했던 1기가비트(Gb)짜리 DDR3 가격은 지난 20일 0.82달러로 추락한 상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난야와 이노테라는 최근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난야는 시장 예상치보다 12%나 적은 매출실적과 함께 65억3000만 대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내놨다. 대만의 이노테라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4억8000만 대만달러의 영업적자를 발표했다. 두 회사는 2010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09년 4분기의 반짝 흑자를 제외하면 무려 16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조만간 반도체 공급곡선에 수정이 불가피 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하위 대만업체들의 경우 이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내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1Gb DDR3 D램의 현금비용이 선두업체들은 개당 0.7~0.8달러에 불과하지만, 대만 업체들은 1달러를 넘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가격에서는 변동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정가격이 급락한 이달부터 마진율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화증권은 난야의 경우 당장 이번분기부터 감산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투자를 미뤄야 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노테라는 이미 2분기에 DRAM 웨이퍼를 전분기대비 7% 정도 감산했다.
이에 반해 국내 메모리업체들은 비PC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덕에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DRAM 가격이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메모리업체들은 DRAM 및 NAND를 같이 양산하기 때문에 이 싸움을 버틸 자금체력 및 상쇄수익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업체들의 감산이 본격화되면 DRAM 가격이 안정을 찾고, 덩달아 국내업체들의 수익성도 회복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기대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의 극단적인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품가격 하락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년전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점유율을 크게 늘리며 실적까지 대폭 개선시켰다. 삼성전자의 DRAM 세계 점유율은 2008년 1분기 26.8%에서 4분기 30%대에 진입한 뒤 2009년 2분기에는 37.2%에 달했다. 하이닉스도 19~20%이던 점유율을 23.8%까지 높였다. 이 과정에서 2008년 2조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2010년엔 3조원대의 이익으로 돌아섰다.
당시 시장점유율 22%대를 유지했던 파워칩, 프로모스, 난야 등 대만 3사는 올해 2분기 13.8%로 거의 반 토막 났다. 독일 키몬다는 파산보호에 들어가며 아예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현 반도체 시장의 특징적인 수요, 공급곡선의 조절의 특이성으로 인하여 치킨게임이 가능한 몇 사업영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반기 수개 DRAM 업체의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 될 수록 상위업체가 비로소 웃게 되는 시장구조에서 삼성과 하이닉스는 수혜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치킨게임>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출혈을 감수하는 극단적인 경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다.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으로,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최근 영업 적자를 견디지 못한 반도체 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면 나머지 업체들이 승자로 남게 된 상황을 이에 비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치킨게임은 2년여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한 시기에 발발해 국내업체들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