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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무단유출 SK브로드밴드,4억6천만원 배상판결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고객 수십만명의 정보를 동의 없이 텔레마케팅업체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이 집단소송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지상목)는 29일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무단 유출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면서 이 회사 초고속통신망 가입자들이 낸 집단소송에서 피해자 2348명에게 10만~20만원씩 모두 4억60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하나로텔레콤이 고객들의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거나 텔레마케팅 업자 등 제삼자에게 넘겨 헌법이 보장한 고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하나로텔레콤은 2006~2007년 고객 6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유출한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하나로텔레콤 최모 전 부사장에게 벌금형을 확정했다.

 
재판부가 이날 판결한 대상은 "100만원씩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낸 전체 원고(原告) 2만3171명 가운데 11.1%인 2573명이다. 재판부는 나머지 2만598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판결을 내릴 예정이어서 위자료 지급 대상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받은 2573명 가운데 위자료를 받지 못하게 된 225명은 개인정보가 제삼자에게 유출되지 않았거나, 통신망 가입이 증명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일부 '대표원고'가 승소하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내야만 배상받을 수 있어서 이후로 소송을 내지 않은 598만명의 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소송은 ①불법행위 발생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②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아야 제기할 수 있어, 2008년 초 언론에 보도되어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이미 소송 제기 시한(時限)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판결은 다수의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 대해 법원이 정식 판결로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사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아이폰 집단소송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의해 일어난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집단 소송 움직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판결 이전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문제가 된 옥션, GS칼텍스 상대 집단소송은 '배상책임이 없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온 상태로 현재 상급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그래서 SK 컴즈에 대한 집단소송도 사실상 승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나와, 새로운 전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나로텔레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고의적으로 수십만명의 정보를 동의 없이 텔레마케팅업체에 유출한 것이기에, 해킹 등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다른 양상으로 판결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30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SK브로드밴드와 당시 이 회사 부사장 최모(54)씨에 대해 각각 벌금 15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 등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멤버스카드 회원모집에 활용한 것은 법률이 정한 고지의 범위 또는 정보통신서비스이용약관에 명시한 범위를 넘어 이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