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선천성 대사이상의 일종인 페닐케톤 요증(PKU) 환아의 부모모임 회장 정혜진 씨의 딸은 희소난치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모유는 물론 고기나, 생선,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병이다.
단백질은 생물체의 몸의 구성하는 대표적인 분자다. 특히 근육의 주성분이 바로 단백질이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근육 운동을 한 후에 계란 등을 먹으며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단백질은 세포 내의 각종 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이며, 면역(免疫)을 담당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이런 단백질이 없으니 정씨의 딸은 항상 힘이 없고 약해서 쉽게 병에 걸린다. 이런 딸을 보며 정 씨는 자신이 큰 죄인인 것 같다.
가끔씩 자신의 딸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모임에서 부모들을 만나 남모를 고민들을 털어 놓으며 위로도 받지만, 의미 없는 넋두리만 풀어 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힘 없이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털어놓는 젊은 부부들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프다. 물론 고가의 수입 분유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아이들에게 매달 수입산 특수분유를 먹이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정씨에게 희소식이 찾아들었다. 매일분유에서 정씨의 딸과 같은 질병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분유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그간 고가 수입 분유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을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 없고, 소수를 위한 특수분유를 국내 자체기술로 개발해준 매일분유가 고맙기 그지 없다.
매일유업이 경영손실을 감수하며 희소난치병 아기를 위해 현재 국내에 수요자가 17명밖에 없는 분유를 출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의 일종인 메틸 말론산 혈증(MMA: Methylmalonic acidemia)과 프로피온산 혈증(PPA: Propionic acidemia)을 앓는 아기를 위한 분유인 'MPA 2단계'를 새로 내놨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출시하는 제품은 3세 이하의 아이가 먹는 MPA 1단계의 후속 상품으로 4세 이상의 아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MPA 2단계 제품을 먹어야 하는 아기는 현재 국내에 17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1단계 제품을 먹는 유아는 11명이다.
한번 시설을 가동하면 일정 규모 이상이 생산되는 공정의 특성상 매일유업에서는 연간 1만 통 정도의 MPA 2단계 분유를 생산하는데 이 중에 1천500통 정도가 수요자에 의해 소비되고 나머지는 폐기될 예정이다.
수요가 적기 때문에 제품 개발비를 제외하고도 MPA 2단계 생산으로 연간 1억4천만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
선천성 대사이상을 앓는 아기는 6만명 중에 1명꼴로 태어나며 이들은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모유는 물론 고기나, 생선,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식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분해할 수 없는 아미노산이나 대사 산물이 축적돼 운동발달 장애, 성장장애, 뇌 세포 손상을 겪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현재 매일유업은 8가지 선천성 대사이상을 겪는 아기들이 먹을 수 있도록 10가지 특수 분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4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은 소아간질을 앓는 어린이를 위한 간질 치료용 특수분유 '케토니아'를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선천성 대사질환자를 위해 단백질 함유량이 일반 쌀밥의 10% 수준인 즉석밥인 '햇반 저단백밥'을 2009년 10월부터 생산하고 있으며 이 상품의 국내 수요자는 약 2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