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대 저성장' 경로를 전망했다.
실물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과거 탄핵정국 전례에 근거해 현 정치불안의 부정적 변수를 배제하고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1분기 경기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 올해 경제성장률 1.8% 전망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8%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2.2%)에서 0.4%p 하향 조정된 것으로, 약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에 대형 악재로 떠오른 탄핵정국이 장기화한다면 추가적인 하향 조정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김범석 1차관은 브리핑에서 "과거 사례들을 볼 때, 계엄·탄핵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관리된다는 전제에서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하방위험'을 부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2023년 하반기 이후 회복흐름을 시현했으나, 최근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며 회복경로의 불확실성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완화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라며 "내수 회복속도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여전히 더딘 가운데, 그간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도 성장기여도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외환시장에 대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국내 정치상황 등으로 최근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美 통상정책 전환, 주요국 금리경로, 지정학적 긴장 등 전개양상에 따라 높은 수준의 시장의 불확실성이 2025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25년은 어느 때보다 확대된 대내외 불확실성이 성장경로, 금융·외환시장과 민생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4대 정책분야 초점…총 18조원 규모 공공부문 가용재원 총동원
정책목표로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한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통상 악재'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방대한 정책 아이디어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4대 정책분야로는 ▶ 민생경제 회복 ▶ 대외신인도 관리 ▶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꼽았다.
정치불안 탓에 내수부진이 더욱 심화하는 현실에서 신인도를 지키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정책도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가용재원으로 18조원(정책금융 12조원 및 재정·공공 추가투자 6조원), 상반기 민생·경기사업 약 85조원의 40% 이상을 1분기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도 11조6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행한다.
이런 조기·신속 집행에도 불구하고, 1분기 재점검을 거쳐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편성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재훈 경제정책국장은 '추가 경기보강방안에 추경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회·민간 부문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세제·재정 인센티브 확충, 소득 보강을 통해 소비회복을 촉진한다.
상반기 추가소비분(전년대비 5% 이상)에 대한 20% 추가 소득공제 추진한다.
내구재 소비촉진 3종 세트를 시행한다.
상반기 한시적으로 개소세를 30% 인하하며 노후차 교체시 개소세 한시 감면을 추진한다.
또한 2025년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을 연초 신속 시행하고 기업 할인시 보조금 추가지급을 한시 확대한다.
취약계층의 가전 구매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효율가전 구매시 환급지원율 늘린다.
임금 인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고용관련 세제(통합고용세액공제 등)를 개편한다.
▲ 대외신인도 관리 투자유치 패키지 지원
특히 최우선 방점을 찍은 정책은 '대외신인도 관리'다.
우선 외국인 투자(FDI)를 촉진하는 투자유치 패키지를 지원한다.
상반기 현금지원 예산 2천억원을 최대한 집행하고 기존의 지원 한도와 국비 분담 비율도 각각 5∼20%p, 10∼25%p 상향하기로 했다.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한도를 5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확대하고 만기도 2025년 말까지 연장한다.
외환시장의 인프라와 접근성도 개선한다. 특히 세계국채지수(WGBI) 실제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도록 국채투자 인프라 확충 '5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국내관광 촉진…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장 배포
국내관광 촉진을 위해 최대 3만원을 지원하는 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장을 새로 배포하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검토한다.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대상을 확대하고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한 취약차주에게는 추가 상환유예를 검토한다. 정책자금 상환연장과 전환보증, 저리 대환대출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 3종 세트도 강화한다.
영세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15%에서 30%로 두 배로 높이고,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설명절 전후로 기존 10%에서 15%로 높인다.
물가 관리에는 지난해보다 7.4% 많은 11조6천억원을 투입한다. 농·축·수산물 할인, 에너지·농식품바우처 등을 지원한다. 특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는 역대 최대인 예산의 80% 이상을 상반기에 신속 집행할 방침이다.
▲청년 일자리 정책 '청년 첫걸음 4종 패키지'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는 '청년 첫걸음 4종 패키지'를 내놨다.
민간·공공 부문 일경험 기회를 1만 명 더 늘리고, 빈 일자리 취업 청년에 최대 480만원의 장려금을 준다. 산업단지 중심으로 채용 1년 이내 청년에게 직장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고졸 채용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청년의 자산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청년도약계좌의 정부 기여금 한도를 현재 개인소득 수준별 월 40만∼70만원에서, 일괄적으로 월 70만원으로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