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싸이월드·네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을 노려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습니다"라고 속이며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유형의 보이스 피싱은 대부분 은행이나 경찰, 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하고 있고, 그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보이스 피싱 피해 예방활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개인정보 유출'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 전체 76건 중 44건으로 58%를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사기범이 전화로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안전한 계좌로 돈을 옮겨야 한다"고 거짓말하면서 남의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 가장 많은 것이다.
우본은 "최근 금융기관과 인터넷 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사기범들이 국민의 높아진 불안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외 속임수로는 '납치 가장'이 9건, '신용카드 연체·도용'이 8건이었고, '전화요금 연체' 등 기타가 15건이다.
보이스 피승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우본의 피해예방 금액만 해도 총 11억8천만원에 이른다. 우본의 도움이 없었다면 피해를 볼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에는 바보같은 사람들이나 넘어가지 나는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에 대해 우본은 사기범들이 기관을 사칭하는 방법도 날로 지능화되고 있어 피해를 보기 쉽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기범들은 은행 관계자와 경찰, 은행관계자와 금융감독원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먼저 은행에서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등에서부터 전화가 갈 것이라고 한 뒤,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며 전화를 받은 사람이 아무런 의심 없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으로 사칭하는 사기꾼의 말을 따라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들의 수법과 자연스러운 연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우본 관계자는 이러한 교묘한 수법에 대해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사칭 수법이 알려지면서 한 개의 기관을 사칭해서는 속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기범들이 여러 기관으로 잇달아 속여 말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히고 "전국 우체국에서 보이스 피싱 피해예방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