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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강등 후폭풍 우려 금융시장 '초긴장'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 강등돼 국내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파란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수출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해외의 악재들에 대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 등으로 인해 연일 코스피가 나흘동안 229P나 떨어지며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2000선마저 무너지고 삼성전자의 총 시가총액에 해당하는 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 패닉상태, 그로기상태에 몰리는 듯 했다가, 7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살짝 장밋빛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금융시장은 예기치 못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마치 마지막 어퍼컷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우리투자증권 신종환 연구위원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시간을 두고 낮출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트리거(방아쇠)를 당긴 셈이다"고 우려했다.

∇ 신용등급 강등 ... 한국 금융시장에 큰 악재

신용등급 AAA와 AA+는 위험가중치가 거의 비슷하지만, 금융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심리적 격차는 매우 크다. 특히 `슈퍼AAA'로 통하던 미국의 AAA가 사상 처음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미국 국채가 완벽한 안전 자산이라는 지위를 상실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모든 나라, 모든 자산의 기본이 미국 국채였는데, 이를 강등했다는 것은 모든 모범답안이 바뀐다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딧 담당 연구위원은 "`AAA'와 `AA+'의 위험 가중치가 거의 비슷하다고 하지만, 미국의 AAA는 `슈퍼AAA'였다. 미국 국채가 완벽한 안전자산이었다는 뜻이었지만, 이제 이를 상실할 수 있다. 미국의 자금조달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전 세계 경제에 장기적인 불안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대외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투자심리도 상당히 악화돼 현재 충격을 좀 더 지속시킬 것이다. 월요일에 `블랙 먼데이'는 아니더라도 충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미국 신용등급이 최고등급에서 사상 처음으로 떨어졌다는 데 금융시장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 다음 주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사정이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신용등급 변수 이미 증시에 반영 ... 영향 크지 않을 것

그러나 미국 신용등급 변수가 국내 증시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어 부정적인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P가 지난달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해 시장에 그 충격이 반영됐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용등급이 AA- 이상 등급이면 AAA와 위험 가중치가 같아서 한 등급 떨어졌다고 미국 국채의 담보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7월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된 점이 미국발 쓰나미의 파고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무디스와 피치는 추가로 강등하지 않을 것이고 금융시장이 선반영한 부분이 있어서 파급력이 아주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등급 강등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 역시 "등급 하향이 전격적이고 예상보다 빠르지만, 충분히 예상된 악재가 빨리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채 등급이 하향돼도 이를 대체할 안전자산이 없어 안전자산으로 매력이 떨어지지 않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 유럽발 악재가 더 심각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로존 문제가 매우 심각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보다는 유럽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초보다 미국 주가는 2% 하락했지만,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피그스(PIIGS)' 국가에서는 20% 이상 빠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는 이유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미국 신용등급도 문제지만 최근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인데 신용등급보다는 기존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더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 채권에 투자 몰릴 것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투자자금이 더욱 몰리고 채권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도 코스피 급락으로 전날 국고채 5년물 금리가 0.13%포인트 떨어져 3.77%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중ㆍ장기물 금리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다음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작아진 것도 채권시장의 강세를 예상하는 근거다.

∇ 금리 동결 전망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았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불안해진 탓에 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 환율은 오를 것

원ㆍ달러 환율은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인 미국의 신용위기가 부각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통화 가치도 덩달아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한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