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이 이틀째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증시 폭락 소식의 영향 탓인지 한국 증시도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모든 지표들이 최악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9일 이틀 연속 코스피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지수가 1800선이 무너지며 1700대 중반까지 하락, 1700선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코스닥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환율은 급등해 1090선까지 올라왔고, 채권 가격 역시 코스피 급락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1700대 중반까지 폭락… 외국인 팔고, 개인·기관 사고
이날 오전 10시31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19.06포인트(6.37%) 폭락한 1750.39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는 이날 61.57포인트(3.29%) 내린 1807.88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2분여 만에 18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낙폭이 더욱 확대, 오전 한때 1742.98까지 밀렸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하자 오전 9시19분에 ’사이드카’를 발동,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했다. 사이드카 발동은 역대 45번째이며, 올해는 전날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의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엿새째 ‘팔자’에 나선 외국인은 376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이틀간 1조3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던 개인은 이날 ‘사자’로 전환, 이날 10시 31분 현재 1644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기관은 25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10시41분 전날보다 47.05포인트(10.17%) 폭락, 415.64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는 16.99P(3.67%) 내린 445.70에 개장해 장중 7% 이상 급락했다. 오전 9시23분에는 스타지수선물과 스타지수선물스프레드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내려졌다.
미국 증시의 영향으로 일본 닛케이지수, 대만 가권지수와 호주·뉴질랜드 증시도 10시 현재 4%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환율 1090원대로… ‘국가 부도 위험’ 지표도 작년 6월 이후 최대치
환율의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50원 급등한 1090.00원으로 개장해 오전 9시25분 현재 전날보다 7.60원 오른 1090.1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장중 1090원대 올라선 것은 지난 6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가 급락세를 이어가자 채권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채선물 가격은 17틱 상승해 출발한 뒤 급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전 9시13분 현재 14틱 오른 103.96에 거래중이다. 외국인은 79계약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1525계약의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 1년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가 날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한국의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비용이 많이 들게 됐다는 의미다.
9일 국제금융센터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정부 발행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지난 8일 135bp(1bp=0.01%)로 작년 6월11일 137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이달 1일 101, 2일 106, 3일 107, 4일 112, 5일 117 등으로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다가 8일에는 하루 만에 18bp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