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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AAA등급 강등 때는 주가 더 올랐는데..."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은 지금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위주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634.76포인트(5.55%) 떨어진 1만809.85에서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의 시장은 어제 2-3%대의 하락을 한 데 이어 오늘은 4% 이상 폭락하고 있다. 미국발 악재가 쓰나미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을 삼킬 기세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과거 AAA 국가들이 신용등급 강등이 되었을 때, 증시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AAA 등급이 강등된 국가들로는 호주(1986), 스웨덴(1991), 캐나다(1994), 일본(1998), 일본(2001) 등 4개국이 있다. 이들 나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AAA 등급 강등 후 2개월과 강등 전월을 비교했을 때 3개월 동안 평균 43bp 하락했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주가는 강등 전월과 강등 후 2개월을 비교하면 3개월 동안 오히려 평균 9% 상승했다.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더 오른 것이다. 신용등급 강등 당시 주가가 하락한 것은 캐나다 7%, 일본 5%의 경우였는데, 이 때도 신용등급 강등 후 1개월부터는 재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도 결국에는 이전의 AAA 등급 강등국가들과 같은 모습을 보일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상황도 크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물론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 7월 미국의 고용지수는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다. 비농업고용자가 11만7천명 증가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제조업 2만4천명 증가 중 절반이 자동차산업에서 일어났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양호해 경기둔화 우려를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유럽 AAA 국가들보다 훨씬 낮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이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내지 못할 위험을 반영한 것도 아니다. 이번의 강등 조치도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부채한도증액협상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보여준 정치권의 심각한 당파적 대립이 장기 부채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데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또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고려하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도 작고, 유가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위험도 크게 낮아졌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금융시장도 이전 AAA 강듭 국가들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안정을 넘어 성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보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증시가 어느 정도 약세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특히 한국이 지금처럼 패닉에 빠져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의 금융시장의 반응은 팩트에 기초한 것인지, 공포감에서 나오는 감정으로 인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