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이 이틀째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틀 연속 사이트카와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될 정도로 주식시장이 급락, 1700선마저 무너지며 한 때 모두를 공포에 빠뜨렸다.
다행히 오후부터 기관, 개인,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 1700선마저 무너졌던 코스피가 1800선을 넘어섰다. 또 오늘 밤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막판에 낙폭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락폭은 68.10포인트로 컸다. 하지만 어제보다는 작은 하락폭을 보여,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로 인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예기치 못했던 돌풍이 잦아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돌발변수가 많아 지금으로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8.10포인트(3.64%) 떨어진 1,801.35로 마감해 1,800선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코스피는 이날 61.57포인트(3.29%) 내린 1807.88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2분여 만에 18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낙폭이 더욱 확대, 오전 한때 무려 184.77포인트(9.88%)나 추락한 1,644.88에까지 떨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하자 오전 9시19분에 ’사이드카’를 발동,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했다. 사이드카 발동은 역대 45번째이며, 올해는 전날에 이어 두 번째. 하지만 이것도 코스피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미국 FOMC 회의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며 낙폭을 줄였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날 미 FOMC에서 모종의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월가에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금융시장의 불안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정책적인 지원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표들과의 회의에서 기관들의 시장 수호 역할을 강조했다.
이런 탓인지 기관은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날 9천275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은 이날 하루 5천56억원어치를 포함해 지난 2일 이후 모두 1조8천667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개인 또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며 사흘 만에 `사자'에 나서 1천154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이날도 1조1천7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써 최근 엿새간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이 무려 3조2천561억원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시장 불안에 크게 영향을 받는 증권(-6.61%), 은행(-5.44%), 금융업(-5.27%), 보험(-5.11%) 등 금융업종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는 삼성전자가 4.74% 하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 2.76%, POSCO 5.66%, 기아차 1.43% 등이 하락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0.30%), LG화학(2.07%), 현대중공업(0.74%)은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9.81포인트(6.44%) 내린 432.8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에서도 장중 한때 스타지수선물과 스타지수선물스프레드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CB)가 내려졌다. 4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후에 선전 위기를 넘겼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코스피 급락으로 인해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0원 오른 1,088.10원으로 마감했다.
아시아증시도 오후 들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대만 가권지수는 0.79% 떨어지는데 그쳤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1.68% 하락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상승 반전해 0.34%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