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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초저금리 조치 국내 주식시장 구할까?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소 2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 국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패닉상태에 빠졌던 주식시장은 안정을 찾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낙폭을 크게 줄여주기는 했지만, 충분한 상승의 동력은 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주식시장에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12일 주식시장도 다시 18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연준의 조치가 시장의 불안을 잠시 완화시키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해결해주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연준의 발표 내용이 3차 양적 완화나 추가 국채매입 등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연준의 조치가 지금의 주식시장의 약세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현재의 어려운 경기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시장에 심리적인 안정을 준 것은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연준은 저금리 유지 기간을 `상당 기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2013년 중반까지로 기간을 명시했다. 정확하게 기간을 밝힘으로 시장의 저금리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었다. 특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불거진 미 국채에 대한 금리 상승 우려를 완화시켜줬다. 이 때문에 당분간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이자 부담이 줄어 재정감축에도 도움이 되고, 기업들에도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대출금리 하향에 따라 민간부문의 신용창출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작아지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입히는 타격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준의 발표로 인해 미국 증시가 안정되고 글로벌 증시가 안정되면 그만큼 국내 증시의 출렁거림도 멈추고 다시 안정적인 분위기에 들어갈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도 "FOMC 발표가 기대만큼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기 둔화를 인정한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FOMC 회의 결과는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과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낼 수는 없어 단기적인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3차 양적 완화 조치나 단기 국채의 장기 전환, 추가 채권 매입 등의 조치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회의 이전부터 2차 양적 완화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적인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예상이 되었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 건전성 문제와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는데도 역부족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준의 발표에 대해 "FOMC가 시장에 조치를 취할 것이란 신호를 줬으니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지만 행간을 잘 읽어보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동양종금증권 신남석 리서치센터장은 "무엇인가 더 나올 것을 기대했는데 2013년까지 저금리 유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연준의 초저금리 조치는 죽을 병에 걸린 사람에게 내일 당장은 죽지 않도록 해주며 병을 고칠 수 있도록 잠시 유예 기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