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흔히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외국 브랜드가 한EU FTA 체결 이후 가격이 더 올라간 상황에서도 매출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루이뷔통과 샤넬, 구찌, 프라다, 에르메스 등 5개 브랜드는 롯데ㆍ현대ㆍ신세계ㆍ갤러리아 등 국내 4대 백화점에서 한EU FTA가 발효된 7월1일부터 한달간 784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실적이 17% 늘어났다.
5개 브랜드 가운데서 가장 매출액이 높은 루이뷔통은 297억원에서 327억원으로 10.1% 성장했고, 샤넬은 147억원에서 176억원으로 19.7%, 에르메스는 50억원에서 58억원으로 16.0% 각각 늘어났다. 이들 3대 브랜드는 4개 백화점의 매출이 일반적으로 국내 매출의 90%를 차지해 3대 명품이라고 불린다.
성장률을 보면 3대 명품 브랜드로 취급되지 않는 프라다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프라다는 작년 7월에 비해 66.7%나 늘어난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샤넬도 19.7%로 매출 신장이 좋은 편이었으며, 구찌는 9.0% 실적이 증가했다.
이들 브랜드는 한EU FTA 발효를 전후 해 고가 수입차 등 대표적인 유럽산 제품들이 잇따라 가격을 내린 상황에서도 오히려 가격을 올리거나 상당한 기간이 흐르고 나서 소폭 인하 방침을 밝혀 비난을 받았었다.
구찌는 선적지가 EU 외 지역인 스위스라서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이 없다며 기존 가격을 고수했으며, 루이뷔통은 상반기에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고, 프라다도 FTA 발효 이후 오히려 456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는 주요 상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했지만 7월 중순에야 가격 인하가 이뤄졌고, 샤넬도 가격을 8월 들어 평균 5%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입 명품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가격에 상관 없이 명품을 사겠다는 생각을 가진 명품 소비자들의 선호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것이 비싼 '몸값'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