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지난 2일 발생한 LG유플러스(U+)의 전국적인 데이터망 불통 사태는 구글에서 발생한 과잉 트래픽에서 비롯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LGU+는 사고의 책임 소재를 구글에게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자신에게 모아졌던 비난의 화살을 모두 구글에게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이번 불통사태로 900만 이상의 가입자에게 최대 2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적지 않은 돈이기에 책임공방을 통해 보상금의 지급을 구글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LG유플러스는 조용하게 구글 측에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달라고만 요청했다. 구글서버로 인해 불통이 되었다는 단순한 사실 이면의 것들이 더 낱낱이 밝혀져 자신들이 더 망신을 사지 않을까 속으로 끙끙 앓고 있기 때문이다.
□ 불통 원인 구글로 밝혀져 망신만 더 사게 된 LGU+
통신업계에 따르면, 당시 구글의 서버가 약 15분간 멈추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이용자 단말기에 도달하지 못한 데이터 신호(킵 얼라이브)가 쌓여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킵얼라이브 신호는 서버가 사용자에 데이터를 보내도 되는지를 확인하는 신호이다. 이것이이용자 단말기에 도달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쌓인 것이다. 결국 LG유플러스의 불통은 구글 서버(데이터의 전송을 제어하는 중앙컴퓨터)에서 출력된 과도하게 쌓인 비정상적인 신호 때문이었던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불통이 일어난 날 평소보다 5배 많은 트래픽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SK텔레콤과 KT에 의하면, 이러한 과도한 트래픽은 SK텔레콤과 KT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것이 밝혀졌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OS)로 채택한 스마트폰은 구글의 서버와 접속해 데이터를 주고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폭증하는 킵얼라이브 신호를 처리하는 용량을 갖추고 있어서 LGU+처럼 불통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둔 KT도 당일 데이터가 폭증하는 이상 현상이 없었다. SK텔레콤은 "구글 사이트에서 많은 트래픽이 발생했지만 망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밝혔고, KT는 "구글에서 이상 트래픽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구글이 LG유플러스의 망에만 과도한 트래픽을 보낸 것이 아닌 것이 밝혀지게 됐다. 게다가 LGU+는 망을 복구하는 데 무려 10여 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따라서 LG유플러스의 장비나 서버 용량, 데이터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자명하다.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모든 스마트폰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만큼 구글의 서버 이상에 좀 더 치밀하게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큰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SK텔레콤은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아이폰, 블랙베리 등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으며, KT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가입자가 더 많다. 따라서 이들 통신사들은 LGU+보다 구글서버에 대비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 증가로 데이터가 급증한다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에 LG유플러스는 서버를 증설하는 등의 충분한 선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불통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구글의 과실이라고 하기만은 어렵게 된 것이다.
□ 구글과 책임 공방 벌이면 잃는게 더 많아
또한 아직 데이터망을 이용하는 서비스 사업자와 데이터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 간의 이해관계를 가리는 '망 중립성'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망 과부하의 원인은 한쪽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LGU+에게 구글은 스마트폰 단말기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책임 공방으로 관계를 망치면 사업상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구글을 놓치는 것이 LGU+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LGU+는 구글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다만 "구글과 책임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LG유플러스가 이번 불통 사태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LG유플러스의 결론을 보고 추후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U+가 대형 불통 사태로 큰 피해를 일으킨 만큼 하루빨리 조사를 마무리해 사고 원인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LGU+가 통신사로서 더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