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18일(이하 현지시각)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증시가 또 다시 일제히 폭락한 가운데 월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미국과 유럽이 침체(더블딥)에 위험스럽게 접근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이 침체에 위헙스럽게 접근했다"면서 "향후 6-12개월" 더블딥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학자들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침체로 분류한다.
보고서는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낮춰 세계 경제가 올해 3.9%, 내년에는 3.8%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전망치는 올해 4.2%, 내년에는 4.5% 성장이었다.
선진권은 당초 올해 1.9%, 내년에는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을 모두 1.5%로 하향 조정했다.
신흥권도 앞서 올해 6.6%, 내년에는 6.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6.4%와 6.1%로 낮췄다.
이러한 모건스탠리의 경고를 반영하듯 이날도 금융시장 불안감을 반영하는 이른바 '공포지수'(VIX)가 35%나 급등해 위험 수위인 42.7까지 치솟았고 채권시장 가늠자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950년 이후 처음으로 2% 밑으로 주저앉았다. 금값도 선물이 온스당 1천822달러에 마감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HSBC의 채권 리서치 책임자인 스티븐 메이저도 "미 국채 수익률이 1% 밑으로 떨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면서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의 잭 애블린 애널리스트는 "안전 자산이 이미 실질적인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기도 했음"을 상기시켰다.
CNN 머니에서도 18일 월가에서는 미국도 일본식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인플레는 심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19일 '세계 증시 또 투매 광풍'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미국이 일본의 1990년와 너무도 흡사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이처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일본처럼 1% 밑으로까지 더 떨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 상황이 나쁜 '슬럼프플레이션'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마켓워치는 18일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가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모건 스탠리가 이처럼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데 대해 "투자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물경제학자들이 수치로 반영한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모건 스탠리는 정책 오류도 경기 하강을 부채질한 것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잇단 정책 오류도 원인"이라면서 "특히 채무 위기에 유럽이 너무 늦고 불충분하게 대응한 것과 질질 끈 미국의 채무 협상"을 거론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비즈니스가 위축됐으며 소비자 신뢰도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현 금융시장 불안의 후유증이 가시화될 "올 4분기가 가장 심각한 시기"라면서 재정 부양 효과가 소진될 내년 1분기 역시 예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