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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PC시장 철수 ... "PC 전성시대 이제 끝났다'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PC 시장 세계 1위 업체가 PC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후발주자도 아니고 꼴지도 아닌 1위가 해당 분야에서 스스로 물러난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이것은 그 시장이 더 이상 큰 성장 가능성이 없거나 수익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의미이거나, 새로운 신기술의 등장으로 시장의 비중이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HP의 PC 시장 철수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PC가 현대인의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는 앞으로 일어날 IT 시장의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PC를 개발한 IBM가 지난 2005년 PC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데 이어 연간 4000만 대가 넘는 PC를 판매하며 지난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10억달러(약 44조3600억원)를 PC 사업부문에서 벌어들였던 PC 분야 세계 1위 업체 HP가 사업철수를 선언한 것은 ‘PC 시대’가 이제 저물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PC는 스마트폰, 태블릿PC와 인터넷TV에 밀려 조금씩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PC의 수요는 계속해서 있겠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IT의 핵심,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지난 6월 열린 연례개발자회의에서 “10년 전에는 PC가 디지털생활의 허브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PC 시대의 종언을 예고했다. 그리고 PC 시장을 조금씩 잠식해가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인터넷TV 등이 2년 정도 후에는 PC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IT 기술을 감안하면, IT 시장의 미래는 1~2년을 내다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HP는 PC 부문을 버리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HP가 PC 대신 선택한 오토노미는 소프트웨어 분석(Analytics software)의 강자로, 소프트웨어 분석은 기업들이 시장을 전망하거나 사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대규모 정보를 각종 센서, 모바일기기, 소셜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서 분석해서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오토노미는 현재 이러한 정보들을 코카콜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이번 인수 결정과 관련해 HP가 IBM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IBM은 HP보다 PC 시장에서 손을 떼고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와 서버, 솔류선을 함께 제공하는 종합 IT 서비스 분야에 집중해왔다. IBM은 소프트웨어 분석 시장이 2015년까지 2,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