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독일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생산업체인 쉰들러는 19일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12만6천84주를 장내매수해 보유지분이 지난 2월 33.34%에서 지난 16일 34.51%로 1.17% 포인트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쉰들러는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산업부문의 세계적인 선도기업으로서 한국의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제휴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경영진과 긴밀히 협의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권 참여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서 현대에스컬레이터의 경영권을 놓고 다시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쉰들러는 현대그룹(49.68%)에 이은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다. 증권업계에서는 쉰들러의 움직임에 대해 경영권분쟁 이슈를 제기하고 있으나 현대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우리가 절반 넘게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권은 현대그룹이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쉰들러는 지난 16일 현대엘리베이터에 현대상선 지분과 관련한 파생상품 계약조건이 담긴 장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파생상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로 국내외 투자회사와 맺은 것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넥스젠 등 해외펀드가 현대상선 주식을 사주는 대신, 계약만기일에 현대상선 주가가 최초 매입가보다 낮으면 손실액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올해 초 4만원대에 육박하던 현대상선 주가가 지난 9일에는 2만2천원까지 하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는 1분기에만 608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이렇게 손실이 커지자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그룹이 매수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전보다 지분율을 더 높였다.
쉰들러는 2006년 3월 KCC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매입해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