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지난해 11월 주식시장을 강타한 `옵션쇼크' 사태를 일으켜 국내 증시를 혼란에 빠뜨리고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도이치뱅크그룹 국내외 임직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이석환 부장검사)는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임원 D씨 등 외국인 직원 3명과 한국도이치증권 박모 상무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한국도이치증권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옵션만기일인 지난해 11월11일 장 마감 전 코스피 200지수 풋옵션을 16억원 상당 매수한 뒤 보유 중인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지수를 급락시키는 수법으로 448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은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을 내도록 설계된, 일종의 선물 상품이다.
이들은 주가하락 효과를 높이려고 동시호가 시간(오후 2시50분∼3시)에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199개 종목의 주식 2조4천억원 상당 물량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7차례에 걸쳐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프로그램매매로 주문을 하면서 거래소 사전신고 시한인 오후 2시45분을 1분 넘겨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코스피200지수는 2.79% 급락했고,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53.12포인트 폭락, 28조8000억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금융기관을 포함한 투자자의 손해는 1400억원에 달했고, 도이치뱅크와 한국도이치증권은 448억7873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경찰에 의하면 이는 증권범죄로 거둔 부당이익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투자자 대다수는 사전신고 시한까지의 신고내용을 보고 남은 15분간의 투자전략을 수립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연 신고는 다른 투자자에게 대량매도가 없다는 착각을 심어줘 손해를 키웠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도이치뱅크 홍콩지점은 범행 4∼5일 전부터 매도 물량 확보를 위해 한국도이치증권에 빌려줬던 주식을 돌려받는 등 '옵션쇼크'를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량 매도로 인한 주문 시스템 에러에 대비해 한국도이치증권에서 대신 주문을 내는 사전테스트도 거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도이치증권 임원인 박씨는 홍콩지점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당일 일부 물량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원칙적으론 사용이 금지된 개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홍콩지점 직원과 범행에 관한 의사교환도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임직원들에게 소환통보를 했으나 이들이 출석을 거부해 조사 없이 증거 자료만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 법원에서 구금영장을 발부받아 홍콩 당국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고 인터폴 수배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2월 한국도이치증권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매매 신고 시한을 지연한 점에 대해 회원제재금 10억원을 물리고 관련 임직원 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이번 검찰의 기소와 관련해 도이치뱅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 검찰이 도이치뱅크의 국내 증권중개기관인 도이치증권 법인도 기소한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도이치뱅크는 "도이치증권이 규정위반을 승인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없다"며 "법정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도이치뱅크는 검찰이 기소한 그룹 소속 임직원 4명은 현재 정직 또는 휴직 처분을 받아 은행업무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해당 직원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와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등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