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삼성이 애플과의 특허 분쟁 첫 판결에서 판매금지라는 판정을 받았다. 삼성으로서는 뼈아플 수 밖에 없는 패배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승자는 오히려 삼성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로 삼성이 이겼다는 것이다.
25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10건 중 9건에 대해 삼성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1건은 패소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에이스는 10월14일부터 네덜란드 지역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삼성 갤럭시탭 10.1은 가처분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스마트폰보다 태블릿PC 시장을 지키기 위해 갤럭시탭을 더 겨냥하고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었는데,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은 그물을 유유히 빠져나온 셈이다.
또 1건이 문제가 되어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가 금지되기는 했지만, 결국은 9건은 삼성이 이겼다.
네덜란드 법원이 유일하게 배타적 권리로 인정한 애플의 지적재산권은 사진을 손으로 밀어넘기는 포토 플리킹(photo flicking)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두 건의 특허와 디자인권, 복제권 등은 인정되지 않았다.
애플은 일단 판매금지라는 소기의 성과를 어느 정도 거두었지만 포토 플리킹을 제외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주장이 모두 거부되면서 향후 특허 소송전에서 기존까지 고수해왔던 전략을 완전히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삼성은 판매금지 판결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공격을 맞아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아니 10건 가운데 9건의 승리를 거두면서 사실상 애플의 디자인권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삼성은 향후 통신기술 표준 특허를 앞세워 애플과의 소송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또 네덜란드 법원이 유일하게 애플의 디자인권으로 인정한 포토 플리킹은 대체가 쉬운 기능인 만큼 삼성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네덜란드 IT 전문지 웹베렐트는 “특허 침해가 인정된 애플의 기술(포토 플리킹)은 비교적 간단하게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은 업데이트 등의 방법으로 특허 침해를 우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애플의 가처분 신청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의 유럽지역의 판매에도 빨간 불이 커졌다.
네덜란드에는 현재 삼성전자의 제품을 유럽지역을 공급하는 물류법인이 위치하고 있다. 애플이 네덜란드 법원에 소송을 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번 소송에서 패소함으로 삼성전자는 네덜란드의 물류법인을 통해 유럽 전역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되어 사실상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거나 본사에서 직접 개별적으로 유통라인을 구축해야 하는 불편함도 떠안게 됐다.
또한 이번 판결이 향후 독일 등 타 지역의 소송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네덜란드에서처럼 내용 면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단 한 건의 패소로 인해 판매금지 가처분을 당하는 일이 잦아질 경우, 결과적으로 삼성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은 가처분 발효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만큼 해당 소송에서 승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덜란드 법원에서 패소한 한 건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며 “10월14일 발효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네덜란드 지역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