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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속 회사채 시장 양극화 갈수록 심화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자금시장에서 초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안전자산을 선호하며 자금이 초우량기업으로 더 몰리고 있고, 비우량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은 자금 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의 불안 속에서도 초우량기업에 해당하는 10대그룹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초우량 기업이 아니면 비교적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렇게 발행된 비우량기업들의 회사채도 시장에서 거의 소화되지 않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왠만한 대기업들도 AAA 등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3년만기 AA-등급 회사채 수익률에서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뺀 신용스프레드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0.83%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 회사채 수익률은 3개 민간 채권평가사 평균금리다.

그동안 0.60%포인트 초반을 유지하던 신용스프레드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0.20%포인트 가량 높아져 연중최고치(0.77%포인트)를 넘어섰다.

투자등급 최하위인 BBB-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6.68%포인트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수준이다. 리먼 파산 전에는 4%포인트대였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 차이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인수한 일반회사채 39조962억원 중 BBB-등급 이하는 650억원, BB+이하는 560억원에 그쳤다. 회사채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다 보니 비우량기업은 회사채 발행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AAA등급 우량 회사채가 아니면 시장에서 거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돈줄이 마른 대표적인 분야는 건설사들과 건설관련 지방공기업, 캐피탈사 등이다.

BBB-등급 회사채를 발행하면 시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교환사채(CB)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동부건설은 최근 이자 부담을 고려해 회사채 대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1천억원 어치 발행했다.

이런 가운데 초우량기업들은 저금리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초저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국고채를 비롯한 AAA등급 회사채는 사상 최저 금리를 경신하며 양호한 조건에 발행되고 있다.

지난 26일 KT는 5년물 회사채 2600억원과 7년물 회사채 900억원 어치를 각각 3.94%, 3.99%에 발행했다. 포스코도 다음달 7일 4% 미만의 금리에서 회사채 발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두 회사의 회사채 발행금리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이다.

KT와 포스코는 AAA등급을 받고 있다. 민간채권평가사들이 AAA등급 회사채를 4.11%에 평가하고 있는데 4.0%보다 낮은 금리의 회사채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KT와 POSCO처럼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을 지닌 초우량기업들은 이달 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락한 덕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A등급이나 BBB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상당히 높게 매겨지고 있고, BBB미만 등급은 시장 모색(태핑) 과정에서 아예 무산되는 상황이다. BBB등급의 회사채는 시장 태핑 과정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주식 연계 채권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다.

현재 초우량기업이 아닌 대기업 회사채의 저금리 혜택은 1~2개월 전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초우량이 아닌 대기업들도 민간 시가평가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