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시 분양 신청 후 분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조합원의 현금청산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 개정안으로 인해 분양신청자가 분양 신청 후 분양권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고의로 계약을 미루고 현금청산을 받을 수 있게 돼 투기세력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투기세력만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또 현금청산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일반분양분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금과 미분양 위험이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권오열 주택협회 상근부회장은 31일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도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도시정비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분양신청 후 계약 미체결자가 토지 등 소유자의 5% 미만인 경우에만 현금청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약률 95%를 넘지 않는 경우에는 현금청산을 허용했을 때 득보다 실이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권 부회장은 이날 “분양신청을 했다는 것은 분양을 받아 입주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인데, 이를 번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외부 투기세력에는 유리할 수 있어도 남아 있는 원주민과 협력업체들에겐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조건없는 현금청산을 허용하면 분양권 가격이 하락할 경우 빠져나가는 투기세력이 늘어나 일반 조합원의 부담이 더 무거워질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미계약자 현금청산을 위한 자금을 남은 조합원들이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해당 지역에 정착하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거주 목적의 원주민에게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것이다.
현금청산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일반분양분이 늘어나게 돼 조합원 물량 확보를 통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장점이 퇴색된다. 또 일반분양분이 많아지면 미분양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조합원과 시공사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또 권 부회장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분양계약이 진행되는 절차상 계약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이 나오면 새로 관리처분계획을 세워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도 불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지역 재건축ㆍ재개발 추진단지에서 현금청산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제화되면 현금청산 러시가 일어나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재건축ㆍ재개발 표준정관(현금청산 규정 준용) 및 대법원 판례(2008다91364호)를 근거로 이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택협회는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정비사업에까지 개정안이 소급 적용되면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신청 후 분양권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현금청산자가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또 사업성이 부족한 상당수 사업지구에서는 현금청산 신청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줄줄이 좌초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