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해 생애주기 맞춤형 주택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경환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베이비 붐 세대를 위한 노후준비 박람회 SEDEX 2011'의 국제심포지움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이 발표문에서 손 부원장은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도 높은 출생률을 유지하고 있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사회적 파급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의 9년간 출생한 714만명으로 총인구의 14.6%(201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손 부원장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도 1974년까지 연간 출생자수가 90만명을 넘어 베이비붐 세대를 시작으로 대량 은퇴현상이 20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손 부원장은 이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오랫동안 높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결국 주택 규모를 축소하거나 매각하는 등 주거의 '하향이동'으로 이어지고,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등의 일시적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는 73.1%가 은퇴를 해도 자기 집에 그대로 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자산은 2억2400만원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서도 부동산이 전체 자산의 82%를 차지한다. 이들은 빚도 많아 빚을 빼고 남는 순자산은 1억880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노후를 대비해 공적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전체 60%이고, 개인연금은 62.6%에 그쳤다.
따라서 은퇴 후에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고, 자녀들의 교육비나 결혼 비용 등도 책임지려면 자신이 살던 중대형 아파트(자산의 82%를 차지하는)를 처분하고 보다 중소형 아파트나 주택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 외에는 처분을 해도 장기적인 자금 사정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이붐세대는 소득이 줄어들어 집을 옮길 경우는 자기 집이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집값의 76%, 세입자는 현재 전세 보증금의 56% 수준으로 낮춰 이사를 가려고 했다.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에는 20.9%가 노인전문 요양시설로 옮기고 싶어했다. 이렇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맞거나 은퇴를 앞두고 중대형 아파트를 처분할 경우, 주택시장에 큰 타격이 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보다 일찍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이후 '단카이 세대(1947~1949년)'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1990년 초 버블붕괴로 초토화된 주택시장이 회복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손 부원장은 이에 따라 은퇴 이후 소득이 크게 감소한 베이비붐 세대가 주거수준을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생애주기 맞춤형 주택정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 수령시점까지 일시적으로 세제를 지원해주거나 보유주택 일부를 부분 임대해 생활비를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역모기지 가입 연령 조건을 낮춰주는 등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부원장은 "특히 자산이 없는 저소득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며 "월세보조, 공공임대주택 입주 우선권 부여, 양로ㆍ요양시설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