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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 새로운 변수로 인한 영향은?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작업에 예비실사의 1주일 연장과 한국정책금융공사 수장의 교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각각 매각일정과 매각방식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예비실사가 연장되면서 이달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던 당초 채권단의 계획은 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매각 방식 결정에 있어서는 주관사인 외환은행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비실사 1주일 연장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대한 예비실사기간을 1주일 연장했다. 입찰참여자인 STX가 실사 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TX와 SK텔레콤은 하이닉스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할 시간을 한 주 더 얻게 됐다. 하지만 예비실사 종료 시점이 늦춰지면서 전체적인 매각 일정도 계획보다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의 계획대로였다면,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10월 초부터 4~5주간 우선협상대상자의 확인실사를 거쳐 11월 중에는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이 가능했다. 그리고 12월 중에는 딜 클로징(매각 공식 종료)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예비실사가 한 주 늦춰지게 돼 단순하게 계산하면 모든 일정을 한 주씩 늦추면 된다. 하지만 하이닉스 매각에 적극적이었던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수장이 교체되고 진영욱 사장이 갓 취임한 변수와 최근 하이닉스의 주가 급락한 상황까지 영향을 미치면 매각일정이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먼저 새롭게 부임한 진 사장이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한 현황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때까지 채권단 회의가 미뤄질 수도 있다. 또 최근 주식시장 불안과 D램 가격 폭락으로 하이닉스의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채권단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매각작업 진행에 주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3만7천400원까지 올랐던 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2만원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다.

◇정책금융공사 사장 교체로 외환은행 역할 커질 듯

예비실사 연장이 매각 일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영향을 주었다면,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의 교체는 매각 방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권과 업계에서는 주관사인 외환은행 등 대부분 채권단은 매각 자체를 성사시키는 쪽에, 유 전 사장은 반대로 구주 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관심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유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입찰 참여 기업들의 요구가 매각 방식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수 후보자들은 신주 발행을 통해 현금이 하이닉스에 유보돼 설비투자비 부담이 줄어들기를 희망해왔다.

특히 진 사장은 주식관리협의회 주관사인 외환은행에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여의도 한국정책금융공사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 이후 기자들을 만난 진영욱 사장은 공사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정책금융공사가 하이닉스 매각기관으로 비춰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 전략상 필요한 산업, 상업적 고려로는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 등에 지원을 하는 게 공사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10월까지가 임기였던 유재한 전 사장은 지난달 16일 하이닉스 주식매각 과정에서 구주 가산점 방침 등 매각 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에 진 사장은 정책금융공사가 하이닉스 채권단의 일원인 만큼 하이닉스 인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유 전 사장처럼 하이닉스 매각에 앞장서서 논란에 휩싸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진 사장은 또 "하이닉스 매각 방향 등은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주도적으로 해야할 일"이라면서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채권단 가운데 3대 주주인 공사가 매각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만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하이닉스 매각에 외환은행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하이닉스 매각은 주식관리협의회가 보유한 주식의 매각과 더불어 하이닉스의 신주발행을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장기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