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피혁·잡화분야 매출 1~2위를 기록하던 구찌와 샤넬이 9월 중으로 모두 철수한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가 인천공항에 루이비통을 유치하면서 공항 입점 브랜드 중 최저 수수료를 받기로 하고 대형 단독매장을 내주기로 하자 '투톱' 브랜드가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구찌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들어선 점포 두 곳을 철수하고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으로 매장을 옮겨 영업 중이다.
샤넬 역시 8월 말로 예정됐던 재계약을 거부하고 9월 중순 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찌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패션·액세서리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면세점의 왕'으로 꼽혔다.
샤넬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등 강남지역 백화점에서 이미 루이비통 매출을 앞서고 있다.
물론 샤넬 제품은 일부 액세서리를 제외하곤 상당수 제품이 국내 면세점 구매 한도인 3000달러가 넘어 면세점 매출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통합 브랜드 '에어스타 애비뉴'가 지난 7~8월 매출 조사를 한 결과 신라면세점에선 샤넬이 프라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의 전체 매출 1위는 샤넬이 기록할 정도로 면세점 매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 내 '투톱'을 잃은 신라면세점은 오는 10일 문을 열 루이비통 인천공항점 영업에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추석 손님을 겨냥하기 위해 예정보다 열흘 정도 빨리 오픈한다는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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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굴욕…롯데면세점 입점못해 '발동동'
신라면세점 박차고 나왔지만 롯데가 제때 방 안빼줘 영업손실 '눈덩이'
루이뷔통과의 자존심 싸움 끝에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을 박차고 나왔던 구찌가 정작 입점하기로 했던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도 제때 입점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구찌는 지난 6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측에 루이뷔통 수준의 낮은 수수료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박차고 나온 뒤 8월 말 롯데면세점에 새 둥지를 틀 예정이었으나 9월이 된 지금까지도 입점을 못하고 있다.
구찌로서는 3개월 넘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장사를 하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찌가 8월 말 입점하기로 했던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내 매장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발리와 투미가 영업 중이다.
매장 수수료를 루이뷔통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구찌의 요구를 신라면세점은 거절했던 반면 롯데면세점은 수용하기로 하고 구찌를 유치했으나 정작 제때 입점을 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매장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유럽에서 들여오는 일정이 늦어져 구찌의 입점이 지연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입점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면세점의 이 같은 해명과 달리 업계에서는 롯데가 신라로부터 구찌를 빼앗아오는 데 성공한 뒤 변심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루이뷔통이나 샤넬과 달리 구찌는 최근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면서까지 데려올 매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결국 롯데면세점이 신라면세점으로부터 구찌를 빼앗아오려는 욕심에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입점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해 구찌의 입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찌는 롯데면세점 측이 애초 약속과 달리 제때 입점을 시켜주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찌코리아 관계자는 "원래 8월 말 입점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입점을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송 여부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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