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저점까지 붕괴되며 곤두박질치던 22일(현지시각) 국제 금(金) 가격까지도 폭락하자 투자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지난 2년간 주식가격과는 늘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런데 이날은 주식과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가격은 전날보다 66.40달러(3.7%)가 떨어져 온스당 1,741.7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금 가격 폭락 원인으로 시장에서는 대형 헤지펀드들을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대형 헤지펀드들은 지난 2년간 금이 인플레이션이나 주식가격 폭락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안전투자처로 판단하고 금 투자에 몰입해 왔지만 지난 8월 초부터는 자산구성을 조정하면서 금을 매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일부 투자자들도 헤지펀드들이 이제 금투자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18개월간 달러화가 하락하고 대신 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제 그 예측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8월의 경우 유로존의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4%나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지난 21일 전체 통화량을 늘리지 않는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달러화 선호현상은 더 심해졌다. 금 매도세도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최근 경기진단에서 미국 경제에 심각한 하방위험이 있다고 지적하자 원유와 구리를 포함한 일부 상품 가격이 급락했다.
헤지펀드들의 금 매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주식이나 상품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펀드들이 자본기준을 맞추기 위해 할 수 없이 금을 팔아 현금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펀드환매를 요구하는 바람에 현금을 내주기 위해 금을 매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금 상승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금은 아직도 올들어 22%나 오른 최고의 안정적인 투자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금 가격이 80년대 초반에 기록했던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