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측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특히 북한리스크를 이유로 6년째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동결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등급 상향 조정을 요청했다고 밝혀,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각종 대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부터 "한국이 (G20 무대에서) 선진국과 신흥국간 중재 역할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3일(현지시각) 이뤄진 라가르드 IMF총재, 국제 신용평가사 관계자들과의 면담 결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장관은 먼저 신용평가사와의 면담과 관련해 "무디스로부터는 작년에 신용등급이 상향됐고, 지금도 한국의 모든 상황이 차츰 개선됐다는 총평을 받았다"며 "S&P도 한국의 펀더멘털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튼튼하다는 총평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박 장관에 따르면,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대외채무와 공기업 부채 리스크가 3년 전보다 감소했고 지금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가계부채 리스크가 여전하며, 향후 복지지출이 늘어나 재정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가계부채 리스크를 감내할 여력이 있고 연착륙 방안을 시행해 점차 줄여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며 "복지지출과 관련해 'welfare'에서 'workfare'(일하는 복지)로 전환하면서 복지 함정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과 예산안에 여러 제도를 설계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S&P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외국인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자본이동 건전성 관리방안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유로존 위기로 대외 부문에서 차입이 어려워지지는 않는지 등을 궁금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외환건전성 관리방안으로 단기외채가 줄어드는 등 외환 건전성이 개선된 것이 일부 조선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바람직한 조치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며 "종전과 달리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으로 전환됐고, 외화보유액도 2008년과 다른 국면에 있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히고, "이 부분에 대해선 S&P가 다음달 서울에서의 공식 연례협의에서 깊이있게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S&P가 북한 리스크 때문에 우리 신용등급을 6년째 동결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북한 리스크를 제외한 신용등급 결과를 발표하되 각주에서 북한 리스크를 포함한 등급을 따로 달아주는 방식이 어떻겠느냐고 S&P측에 제안했다고 박 장관은 소개했다.
IMF 총재와의 양자면담에 대해서는 "라가르드 총재가 아시아와 신흥국 쪽과 IMF가 협의하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한국이 중재해달라고 제안해와 흔쾌히 수락했다"며 "아시아 쪽에서 역내 합의할 때나 신흥국들의 입장을 조율할 때 선진국과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양측의 합의엔 작년 서울G20회의에서 한ㆍ프랑스 간 협력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럽 측의 IMF 지분 일부를 신흥국으로 넘기기로 합의할 때 프랑스 재무장관이던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 측 부탁을 받고 유럽 국가의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는 또 당시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싼 미ㆍ중 간 갈등을 봉합하고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의 이행'에 합의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유럽 쪽 쿼터 양보를 도출할 때 라가르드 총재가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해 이를 외교적인 수사를 써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특히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에서 아시아 역내 안전망과 IMF 간 협력을 증진하는 데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작년 G20회의에서 금융안전망 강화를 제안해 탄력대출제도(FCL) 요건 완화나 예방대출제도(PCL) 도입 등 IMF 차원의 안전망을 구축했지만, 한걸음 나아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등 아시아 역내 안전망과 IMF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
박 장관은 "재정위기가 금융시장 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지금까지 도출된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칸 정상회의 때까지 좀 더 진전시킬 (금융안전망) 방안을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라가르드 총재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22~23일 G20 재무장관회의, IMF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무디스의 바트 우스터벨트 신용등급 총괄대표와 톰 번 한국담당 수석부대표, S&P의 킴응탄 한국담당 수석 등을 비공식 면담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