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코스피가 연중 최저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가까스로 1,650선은 지켰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1,600선도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코스피에 비해서는 하락세가 덜 했던 코스닥은 오늘 패닉에 빠진 개미들의 묻지마 투매 공세에 8%대의 대폭락을 기록했고, 환율은 30원 가량 급등하며 12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제2의 리먼사태'의 악몽이 점점 현실화되면서 한국의 금융시장의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지난주보다 44.73포인트(2.64%) 내린 1,652.71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6월10일(1,651.7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피는 지난 주말 유럽과 미국 증시의 강세와 국내 야간선물 상승의 영향으로 1.36% 오른 1,720.50에 출발했다. 그러나 개인의 매도 물량이 늘어나 장중 3% 이상 급락한 1,644.11까지 내려갔다. 지난달 9일 세운 장중 연중 최저치인 1,684.68마저 무너진 것이다.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는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MF 연차총회에서 유럽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아 투자자들이 실망했다. G20 차원의 공조가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랩 상품 환매 물량이 나오면서 수급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이 4천335억원을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도 2천56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기관투자자는 운용사(투신)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3천843억원을 순매수했다. 우정사업본부 등이 포함된 기타계도 3천115억원을 더 샀다.
매수는 주로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이뤄졌다.
차익거래 순매수가 2천704억원, 비차익거래 순매수가 2천892억원으로 전체적으로 5천596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나타났다.
4G LTE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통신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지수가 하락했다. 의료정밀(-9.52%), 건설업(-6.68%), 화학(-6.06%), 증권(-5.74%), 섬유ㆍ의복(-5.59%), 기계(-5.68%), 비금속광물(-5.21%) 등의 낙폭이 특히 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는 조선, 정유ㆍ화학주, 비철금속주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유럽위기가 확산되면 수주가 줄고 선박금융이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에 현대중공업이 10.90% 급락했다.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거라는 분석에 SK이노베이션과 S-Oil도 7% 이상 급락했다. 호남석유는 14.06% 추락해 하한가에 근접했다.
금값이 오를수록 실적이 좋아지는 고려아연은 최근 금값 폭락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반면에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공개되자 SK텔레콤은 5.42% 상승했다. LG유플러스(0.49%)는 8일 연속 상승했고, KT도 소폭 올랐다.
삼성전자도 LTE 기대주로 뽑히며 폭락장 속에서 2% 넘게 상승했다(2.24%). 삼성전자는 이날 LTE 스마트폰 ‘갤럭시S2 LTE’와 ‘갤럭시S2 HD LTE’를 공개했다. ‘LTE 올인(All-In) 전략’을 내놓은 LG전자도 소폭(0.34%)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6.96포인트(8.28%) 폭락한 409.55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들의 투매현상으로 무려 190개 종목이 하한가로 떨어졌다. 개인은 195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억원, 104억원을 순매수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29.80원 급등한 1,195.80원으로 거래를 마쳐 1,200원에 근접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지금이 위기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위기는 계속해서 점점 고조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과 유로재정안정기금(EFSF)의 확대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그리스의 디폴트가 선언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동안 계속된 유로 재정 위기에 이어 최근의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은행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럽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까지 디폴트 될 경우 그리스 국채를 많이 갖고 있는 프랑스 은행을 포함한 유럽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더 많은 자금을 빼갈 수 있어 주가는 더 심각하게 곤두박질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금융시장은 최악의 사태까지도 각오하고 구체적인 위기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