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권익환 부장검사)은 26일 이용준(52) 제일저축은행장과 장모 전무를 함께 전격 체포해 조사 중이다.
합수단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낮 12시 이 행장을 체포했으며, 같은 은행 장모 전무도 함께 체포했다.
최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 대한 합수단의 수사가 지난 23일 본격적으로 개시된 이후 처음으로 저축은행 경영진이 체포됐다.
이에 따라 이들 저축은행 경영진, 대주주의 불법대출 혐의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합수단은 이번 주 중반 이후부터 경영진과 대주주들을 소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늘 즉시 이 행장을 체포하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 수사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합수단의 체포 조치는 압수물 분석을 통해 저축은행 경영진, 대주주의 비리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신병을 조기에 확보해 속전속결로 불법대출 부분 수사를 전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 행장 등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합수부는 이들이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와 대주주 신용공여 등 불법대출에 간여한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해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제일저축은행은 경기 일산의 고양종합터미널 건설 사업에 대출한도를 넘겨 1천600억원을 불법 대출했고, 한도를 넘기자 정체불명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비롯한 여러 공동사업자를 차명으로 내세워 우회대출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드러난 바 있다.
제일저축은행장 체포에 따라 함께 영업정지된 토마토·제일2·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 등 다른 6개 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저축은행의 경우 제일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에 같은 방법으로 불법대출한 것으로 나타나 이 은행 경영진도 곧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책임을 보는 게 우선이고 불법대출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부실대출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이날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임원급 실무진들도 동시에 불러 불법대출 과정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일부 사전인출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자료 수집에 나서는 등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