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기획재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26일 밝혔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환보유액에 대해 "절대적인 규모도 증가했을 뿐 아니라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 등 질적 지표도 상당히 개선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말까지 외환보유액은 총 3천122억달러였다.
최 차관보는 9월말 기준으로 3천억달러 선이 무너졌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집계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3천억달러 선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서 큰일 날 금액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충분하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2008년 사례에서 보듯이 외국인 투자자금 등이 일시에 빠져나가진 않는다"며 "실제 최근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방적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보는 한국의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유독 크다는 지적에 대해 "무역의존도와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 불가피한 측면이지만, 2008년과 다른 것은 우리만 예외적인 처지가 아니며 글로벌 금융시장 추세와 유사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최 차관보에 따르면, 환율은 지난 8월5일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지난 주말까지 우리나라가 8.5% 상승(평가절하)했지만 대만(5.1%), 호주(6.9%), 러시아(12.1%) 등 다른 국가들도 많이 올랐고, 주가 낙폭도 한국(-12.7%)이 홍콩(-15.6%), 독일(-17.2%) 등과 비슷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7월말 대비 96% 상승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며 세계 각국에서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CDS 프리미엄이 프랑스보다 우리나라가 높아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가신용등급이 프랑스(트리플A)보다 낮은 우리나라(싱글A)의 CDS프리미엄이 그간 낮게 형성됐던 것이 프랑스의 남유럽 익스포저 때문에 나타난 다소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CDS프리미엄 상승을 '국가부도 위험 상승'이 아니라 '국가신용보험료 상승'으로 표현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최 차관보는 현재 유럽계 차입 비중(32%)이 높다는 우려에 대해선 "규모로 7월에 630억달러인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로선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만일 일시에 상환요청이 닥쳐도 외환보유고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며 자신했다.
특히 국내은행의 유럽 차입액 중에서 자본 유출이 덜한 채권이 66.3%여서 안정성도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유럽계 은행이 국내은행의 만기 차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프랑스와 이탈리아 은행이 몇달 전부터 만기 상환을 요청하고 있으나 다른 유럽계 은행은 차환에 일부 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보는 지난 주 국내금융기관의 외화차입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해 "세계 어디나 어려웠다. 불확실성 때문에 모두 얼어붙었고 1~2주 지켜보자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풀려나가겠지만 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외화 유출의 경로라는 지적에 대해선 "2008년에 비해 외은지점을 통한 단기 차입자금 유입이 감소해 위험요인이 상대적으로 축소됐으며 외은지점의 단기차입을 통한 채권투자도 줄었다"며 "변동성을 줄 수 있는 진원의 폭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