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ECB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자산담보부증권(Covered-Bond) 재매입 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과 기준금리 인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시가 급등하는 등 세계 증시에 새로운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이 소식에 전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53% 급등했고, 유럽 증시의 주요지수도 개장 초 하락세를 만회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도 27일 5.02% 급등했다.
ECB의 대책이 가시화되면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진정돼 각종 대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증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대책이 금융시장 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임시방편이기는 하지만 급한 불을 끄는데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CB 유동성 공급 확대 논의
ECB는 금융시장 경색 완화를 위한 추가조치로 다음달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담보부 증권 매입 재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자산담보부 증권은 약 2조5천억 유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영향으로 최근 시장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이달 145억 유로의 자산담보부 증권을 판매해 2003년 이래 가장 작은 규모가 유통됐다. 지난해 6월 1년 융자 프로그램으로 자산담보부 증권 600억 유로 어치를 사들였던 ECB가 다시 유동성 확대를 위해 이 카드를 꺼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ECB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취했던 대책을 다시 취하고 있다"며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이 확대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우려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금리 인하도 논의 대상이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ECB 통화정책이사회에서 조달 금리가 1.5%에서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ECB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유동성을 확대를 위해 견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ECB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위기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시장안정에는 큰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양적 완화처럼 경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합의 때 증시에 호재
ECB의 움직임에 시장이 환호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ECB 이사회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등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합의가 이뤄진다면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제 사회는 원칙적인 공조 입장 확인만 되풀이해오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지만, ECB가 구체적인 대책을 실행에 옮기면 경제 위기 진정에는 물론 국내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유로존의 역내 해결 의지가 분명해지고 대외 공조로 이어지면 투자심리 회복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호재다. 수혜주로는 유동성 우려로 최근 급락한 금융주가 꼽힌다. 원ㆍ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안정되면 수출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