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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지 몰린 애플, 삼성전자와의 협상비밀 누설 '논란'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3G 특허 소송을 놓고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에서 특허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측 변호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법정에서 심리 과정 중 “삼성이 애플에 통신칩 특허료로 칩가격의 2.4%라는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했다”며 거래 기업 간의 대외비인 로열티 관련 협상내용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애플은 자신들이 3G 통신 특허가 없는 상태에서 3G 서비스를 한 것을 인정한 상태여서, 자신들이 3G 특허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대해 삼성전자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애플측 변호사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삼성전자측이 3G칩 공급과 관련해 과도한 로열티를 물린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협상비밀까지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날 애플 측 변호사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삼성전자가 자신들을 쥐어짜려 한다(squeeze) 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미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법정 소송을 준비하며 삼성전자 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 부품 공급을 받기로 한 상태인데다, 삼성전자와 계속되고 있는 법정 소송을 통해서 거의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대해 '과도한 로열티'를 물리는 나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T 기업의 강자의 위용을 충분히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해 무차별적인 법정 소송을 걸며 판매금지조치까지도 얻어내고 있는 애플이 삼성전자가 자신들을 압박하고 공격하고 있는 것처럼 약한 소리를 하는 것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의 거대 IT 기업답지 않은 모습이라는 평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법정 소송은 의도된 것이 아니라, 애플의 공격에 대한 반격 차원의 것이기 때문에 애플이 삼성전자가 '자신들을 쥐어짜는(?)' 상황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또 애플은 외부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기업 간 협상의 룰을 깨뜨려, 앞으로 다른 기업들과의 거래에서도 나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애플의 기밀공개로 인해 IT 업계에서는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고조되고 있는데, 이것은 애플이 모든 기업들 가운데서 '비밀유지 조항'을 철저히 따지기로 가장 유명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신제품 출시 때마다 철저한 철통 보안을 통한 '신비주의' 전략으로 큰 효과를 봐왔다. 이를 위해 애플은 위탁 생산업체에 공급 수량과 시기는 물론 제품명까지 알리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유출한 이들을 대상으로는 법정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품 공급 금액 등을 누설하는 것은 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까다로운' 애플씨로 인해서 애플 협력사들은 항상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애플이 신비주의를 고수하는만큼, 외부에서 비밀을 알려고 하는 의지는 더 강해지고, 이런 과정에서 기밀이 흘러나가서 부품 공급이 중단되는 등의 피해가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애플이 '이유가 어떻든' 다른 기업의 기밀에 대해 법정에서 너무 쉽게 누설한 것은 기가 막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애플이 3G 특허 소송과 관련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모습으로 인해 소송의 판세가 이미 삼성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가 금지된 네덜란드, 특히 판매금지를 내린 같은 헤이그 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4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한꺼번에 제기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관련된 특허기술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 기반 스테이션 간 데이터 접속과 속도를 관리하는 방법들로, 각각 EP(Europees patent) 1114528번, EP 1478136번, EP 1097516번, EP 1188269번이다.

그리고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내달 14일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