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EU 집행위 금융거래세 도입 공식제안... 영국은 반대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8일 금융거래세를 2014년부터 도입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를 통해 연간 570억 유로를 확보, 최근에 발생한 유로존 금융ㆍ재정위기와 같은 위기시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호주 위원장이 내놓은 금융거래세 도입 방안은, 금융기관 거래 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한 쪽이라도 EU 27개 회원국에 있을 경우 주식과 채권 거래 시엔 거래가의 0.1%, 파생상품에 대해선 0.01%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집행위는 이 계획에 대해 "은행의 경우 주식 1만유로 어치 구입시 10유로 정도의 `과도하지 않은'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면서 "큰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기관들 가운데서도 은행, 투자금융사, 보험회사, 연금펀드, 주식 중개인, 헤지펀드 등이 과세 대상이 되며, 일반 개인이나 소기업의 소규모 거래는 과세가 면제된다. 일반 단발성 외환거래는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외환 파생상품 거래는 포함된다.

금융기관 간 거래의 85%를 대상으로 한 이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연간 570억 유로가 걷힐 것으로 집행위는 예상했다.

이 돈은 EU가 현재의 금융ㆍ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금융위기 시 대규모로 투입되는 정부 구제금융 비용을 은행 등 수익자들이 부담하는 것이어서 사회 정의에도 부합한다고 집행위는 강조했다.

반면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5%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집행위는 설명했다.

또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행동방식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매우 자주 사고팔게 한 매매거래 시스템 같은 금융산업 비즈니스 모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이제는 금융 산업이 사회를 위해 기여해야 할 때"라면서 금융거래세는 공정성의 원칙의 측면에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U가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하는데, 영국 등 일부 회원국이 반대해 EU가 이를 조기에 채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금융산업이 발달한 영국의 경우, 도입 원칙과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만 적용될 경우 런던에 몰려 있는 금융기관이 세금을 피해 미국, 홍콩 등으로 옮겨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행위는 영국 등이 반대할 경우 EU 국가 중에서 유로존 회원국 17개국 만이라도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행위는 또 오는 11월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금융세 도입을 제안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