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SK C&C 주식 200만주를 2천900억원에 전격 매각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측에서는 차입금 상환용으로 추정하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와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SK C&C 보유 지분 44.5% 중 4.0% 지분을 하나은행에 매각했다.
이 영향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마감 직후 개인은 95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시간외거래를 반영한 최종 집계에서는 1천873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은행의 순매수 규모는 45억원에서 2천887억원으로 확대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SK C&C 200만주에 대한 개장전 매매가 마감후 거래금액에 반영돼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회장의 주식 매각으로 이날 SK C&C는 전날보다 1만1천500원(7.35%) 급락한 14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SK C&C 종가인 15만6천500원을 적용하면 3천130억원어치의 SK C&C 주식이 거래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SK측은 "10%에 약간 못미치는 비율로 주식을 할인해 매각했다. 따라서 매각 가격은 2.900억원 안팎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주식을 매도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적인 사안이라 자세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른 상속세 때문에 차입을 많이 한데다 `소버린 사태'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입을 상당 부분 하는 등 부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주식을 대량 매각하기 이전에도 최 회장은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SK C&C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거액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지난 6월24일에는 SK C&C 주식 45만주를 맡기고 한국투자증권에서 대출을 받았으며, 8월17일에는 SK C&C 보통주 66만주를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에서 돈을 대출받았다. 당시 두 차례에 걸쳐 대출받은 금액은 최대 83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리고 지난해 9월14일에도 최 회장은 SK C&C 보통주 401만696주를 담보로 우리투자증권에서 돈을 빌린 적이 있다. 당시 대출 규모는 2천억원 남짓으로 추정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SK그룹은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자 관계에 있어 하나은행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매입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으로 최 회장의 SK C&C 지분율은 44.5%에서 40.5%로 떨어졌지만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씨의 지분 10.5%는 변동이 없어 최 회장과 동생의 지분은 모두 51.0%로 경영권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