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 대출 억제책 영향으로 인해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8개월 만에 감소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대한 문턱을 높이고 대출금리를 인상, 가계대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가 지난달 평균 연 5.58%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올랐으며, 신용대출 금리는 6.88%로 0.19%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우량 대기업에 대한 대출은 두 달째 2조원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276조9천248억원으로 전월말보다 910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 1월 4천740억원 감소한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들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57조3천440억원으로 1조8천32억원 급감했다. 월중 감소액이 2008년 12월 계수 집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신용대출 가운데 비(非)실수요로 인식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감소액이 905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서민 실수요 신용대출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94조1천193억원으로 1천905억원(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가율이 작년 8월 7천986억원 감소한 이후 1년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실수요 대출인 집단대출은 67조8천8억원으로 631억원 줄어들면서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던 전세대출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4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3조9천60억원으로 1천729억원(4.6%) 증가했다. 증가율이 7월 9.0%에서 8월 7.9%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5%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은행들이 신용도가 우수한 대기업에 대한 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대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도 지난달 29일 현재 60조2천154억원으로 2조2천519억원 증가했다. 8월 2조1천145억원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 2조원대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하반기 들어 석 달간 증가액이 5조5천124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대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대출 금리을 연 5.55%로 0.12%포인트 인하했다.
반면 중기대출은 208조1천169억원으로 3천252억 줄어들었다. 하지만 감소액은 8월 1조2천957억원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