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구제금융 받은 은행 보너스 지급 안 돼"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네덜란드 정부는 국고로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이 임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일을 금지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일간지 폴크스 트란트 등은 이날 얀 케이스 드 예거 재무장관이 내년 예산안에 대해 의회에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그 빚을 다 갚기 전까지는 임원들에게 보너스를 주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법이 발효되기 이전에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에 대해서도 법을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10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ING 은행이 구제금융으로 받은 공적자금을 절반 밖에 갚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해 비난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나온 대책이다.

ING 지난 3월 주총에 낸 `2000 회계연도 경영보고서'에서 얀 홈멘 최고경영자(CEO)에게 기본급 135만 유로 외에 125만 유로를 실적 보너스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패트릭 플린 재무 최고책임자(CFO)와 코스 팀머만 위험관리 최고책임자(CRO)에게도 연봉 75만 유로 외에 각각 60만 유로와 69만 유로 등 모든 임원에게 실적 보너스를 줬다.

또 일반 직원 월급은 1% 올린 반면 임원 연봉은 2%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실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금융위기 이후 국민들의 삶은 더 궁핍해졌는데도 혈세를 지원받은 은행, 특히 고위직들은 돈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의회는 금융위기 진상규명위원회에 ING 경영진을 출석시켜 "은행의 '도덕적 파산'이며 충격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또 홈멘 CEO가 2009년에 보너스를 받지 못했으나 연봉은 46%나 인상됐다는 언론의 폭로가 이어지자 홈멘은 결국 2010년 보너스를 전액 반납했다.

ING는 지난 5월까지 모두 7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상환했으며, 나머지 30억 유로는 내년 5월까지 갚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