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금융권의 탐욕을 성토하는 월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많은 은행들이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월가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올해 보너스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온라인 리크루트 사이트인 이파이낸셜캐리어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월가 금융사 직원들의 41%가 올해 보너스가 지난해 보다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21%는 작년과 같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너스 금액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답한 직원은 30%이었고, 보너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8%였다.
특히 헤지펀드나 기타 대체투자 관리 매니저들은 평균보다 10% 이상 많은 53%가 보너스 인상을 점쳤다. 소규모 자산관리회사 직원들도 49%가 보너스 상승을 기대했다. 이에 비해 상업은행이나 대형은행 직원들은 이 비율이 36%에 그쳤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주요 월가 금융기관들의 3분기 순익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등 월가 주요 금융기관들의 3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많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돈에 대한 욕심은 점점 더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보너스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 가운데 45%는 '개인실적'을 그 이유로 꼽았고, 보너스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의 75%는 '안좋은 시장환경'과 '부진한 회사실적'으로 원인을 돌렸다. 자기 실적 때문에 보너스가 깎일 것이라고 본 사람은 2%에 불과했다. 회사가 잘되는 것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환경이나 회사의 문제라는 것이다. 월가 금융사 직원들의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설문 결과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규제강화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개혁 법인 도드 프랭크 법이 최근 월가의 해고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