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자산운용업계가 다음달 말 시판 예정인 한국형 1호 헤지펀드를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이르면 올해 11월말에 첫 헤지펀드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특정 투자자한테서 돈을 모아 차입ㆍ공매도 등 전략으로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금융위원회는 24일부터 5일 동안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운용 신청을 받기로 하고 1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해당 설명회를 열었다.
금융위의 심사대상은 자산운용사들이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전산시스템과 인력, 자산 등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다. 심사가 끝나면 상품등록 등 절차를 거쳐 11월 말 첫 헤지펀드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4일이면 규정 개정 전이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임시로 신청을 받는 것"이라며 "헤지펀드 운용사의 인가를 심사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일괄 신청을 받아 심사 후 한꺼번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신청 대상은 공ㆍ사모 펀드와 일임재산액 수탁고 합계액이 10조원 이상이며 전문 헤지펀드 운용인력이 3명 이상인 운용사다.
헤지펀드 운용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운용 경험을 갖추고 금융투자협회의 헤지펀드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상당수 운용사는 이미 이 조건을 갖췄다.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ING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알리안츠글로벌 인베스터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산은자산운용, NHCA자산운용 등도 신청이 무난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최근 일임재산이 늘어나 수탁고 합계액이 10조원을 넘었다.
운용사들이 '1호 헤지펀드' 배정에 총력전을 펴는 것은 선점 효과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1호 펀드라는 상징성 때문에 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가 요건과 운용 경험, 위험관리 기법 등 모든 분야에서 준비를 끝낸 상태라 언제든지 헤지펀드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한국주식과 아시아주식을 활용한 '롱숏펀드'를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롱비율과 숏비율이 합쳐서 150%가 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롱숏펀드는 저평가된 자산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은 공매도해서 차익을 얻는 펀드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최대 400%인 차입한도를 활용하는 한국주식 롱숏펀드를 준비중이며, 신한BNP자산운용은 한국주식 롱숏펀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주식 롱숏펀드, 시스템공학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해 신청 예상 헤지펀드 수를 파악한 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와 투자자문사의 운용 인가신청은 다음달 시작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1조원을 넘어야 신청할 수 있다. 6월 말 현재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이다.
투자자문사는 일임재산액이 5천억원 이상이면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7월 말 현재 코스모투자자문(2조5천억원), 한가람투자자문(1조3천억원), 브레인투자자문(1조3천억원), 케이원투자자문(1조1천억원), 가울투자자문(7천억원) 등이 해당 자격을 갖췄다.
그동안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없었던 개인투자가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개인도 5억원 이상 규모로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 요건을 충족해도 다 승인을 하는 것은 아니”라며 “상품의 내용과 안정성 등의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설명회를 통해 헤지펀드 운용사의 자사 헤지펀드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모범규준안을 발표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헤지펀드 운용사는 자신이 운용하는 개별 헤지펀드에 고유재산의 10%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전체 헤지펀드에는 고유재산의 50%를 초과해 투자할 수 없으며 펀드매니저도 자신의 헤지펀드에 돈을 넣는 것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