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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로 시공능력 58위 범양건영 법정관리 신청… 해외개발사업에 발목잡혀

2011년 기준 시공평가액 4316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중견 건설사 범양건영이 20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 부진과 자금 유동성 부족으로 결국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 재산보전처분 신청, 포괄적금지명령 신청 등을 접수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신청서와 관련자료를 서면 심사해 정리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공시했다.

지난 1958년 설립된 범양건영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58위의 중견 종합건설업체로 충남 천안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98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1958년 김공무사가 모태로 1977년 범양건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범양건영은 주한미군이 발주하는 공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64년 군납업자로 등록한 범양건영은 주한미군 육군구매처(KPA)와 미극동공병단(FED)이 발주한 공사들을 대거 따내며 사세를 넓혔다. 주한미군이 발주하는 공사는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믿을 만한 발주처인 만큼 위험 요소가 적었고 공사비가 모두 달러로 들어온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리고 범양건영은 전체 사업의 60~70%를 관급 공사에 의존하는 회사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공공기관의 공사 발주 감소로 신규 사업 수주에 차질을 빚어 왔다. 4대강 이후 공공부문의 발주가 줄어들면서 수주가 부진했다. 지난해 기준 범양건영의 관급공사 시공실적은 2459억2300만원으로 전체 시공실적의 77%나 됐다. 올 상반기 매출액도 10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99억원)보다 47% 줄었고,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81억원에서 올 상반기 24억원으로 70% 가까이 감소했다.

'프레체'라는 아파트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지만 토목공사나 관급건축 공사 비중이 커 인지도는 높지 않다. 범양건영이 현재 시행 중인 아파트 사업장은 없으며,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서 252가구 규모의 ‘범양프레체’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에 단순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공정률은 20~30% 수준이다.

범양건영은 주한미군 발주공사 감소와 관급공사에 대한 의존도 감소를 위해 의욕적으로 해외개발사업에 참여했지만, 이것에 오히려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특히 범양건양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금융위기 전 베트남,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한 해외 개발사업이었다. 범양건영은 2006년 두바이와 베트남, 2007년 카자흐스탄에 지사를 설립하며 주상복합아파트 및 오피스 건설사업에 나섰다가 해외 개발사업을 진행하던 시행사가 금융위기 후 경영난을 겪다 파산하자 PF채무를 고스란히 인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범양건영의 해외사업장 관련 채무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복합시설 440억원 등 1041억원에 이른다. 범양건영은 이후 해외 개발 사업권을 매각해 2254억원을 회수할 계획이었으나 매각이 성사되지 않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범양건영은 지난해 '제2의 창사'를 선언하며 도약을 다짐했지만 수주부진과 유동성 악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이르게 됐다. 범양건영측은 현재 사옥과 토지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카자흐스탄 티타늄 제련공장 신축 공사, 아부다비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 등 해외사업 진출 확대와 같은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범양건영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자산매각, 구조조정, 원가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술력과 임직원들의 강한 의지로 건실한 회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범양건영의 신용등급을 기존 ‘BB+ 안정적’에서 ‘B+ 부정적’으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의 정혁진 수석애널리스트는 “사업 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해외 개발사업을 추진했는데 사업이 지연되고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서 재무안정성과 유동성에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오후 범양건영의 주식거래를 정지했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범양건영은 단순 도급 형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계약자가 피해볼 일은 없다”며 “범양건영이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만약 시공사가 교체된다면 그만큼 공사 일정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범양건영의 최대주주는 투자회사 베리티비티로 김성균 대표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주주지분은 6월말 기준 49.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