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증권사의 저축은행 인수는 주가에 호재이지만, 거래 가격에 따라 저축은행 인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가운데서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현대증권이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패키지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실패했던 키움증권은 전날 `대영·에이스저축은행' 패키지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 또 다시 저축은행 인수에 뛰어들어 아주캐피탈, 러시앤캐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오프라인 영업망 확보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에 뛰어든 키움증권은 대영저축은행의 본점이 서울이고, 에이스저축은행도 경기도에 본점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사업 확장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에서는 은행에 비해 자금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보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증권과 연계대출이 가능하고 상품 다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고객 접점을 다변화하고 자산관리 등 기존 주력 분야였던 온라인 비즈니스를 벗어나 오프라인 부문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의향서 제출을 놓고 아직도 고민 중이다.
현대증권은 대영저축은행에 관심이 있지만,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대영저축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통해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날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제일저축은행 인수에 도전장을 던졌다. 제일저축은행은 본점이 서울에 있고 규모가 커 대형 금융지주들의 표적 1순위였다.
토마토저축은행과 `프라임·파랑새저축은행' 패키지의 LOI 접수는 이날 마감돼 증권사를 비롯해 어떤 금융회사가 인수에 나설 지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증권사들은 예금, 적금 등 수신 기능을 확보함으로써 수익 다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유로 저축은행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 업무를 수행하려는 증권사는 기존의 브릿지론 수준을 넘어 직접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저축은행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도 IB 업무수행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증권사의 저축은행 인수 성공 여부는 인수가격에 달렸다.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들은 부실사태로 영업정지된 곳이기 때문에 최대한 싼 가격에 인수해 부실을 서둘러 정리해야 주가에 호재가 된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연구원은 "저축은행을 얼마에 인수하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인수 후에는 부실을 빨리 털어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부실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가에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를 반영한 듯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인수전에 뛰어든 키움증권은 이날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증권도 소폭 상승세다.
예금보험공사는 다음 달 중순 중으로 입찰을 시행하고 12월 중순 계약이전 및 영업재개를 목표로 저축은행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