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100가지가 훨씬 넘는 은행들의 수수료 종류가 대폭 줄어든다.
자동화기기(ATM) 이용 수수료가 최대 50% 인하되며, 하루 2번 이상 현금을 인출할 경우에는 수수료가 감면되거나 없어지는 혜택이 주어진다.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외계층의 수수료는 완전 면제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 같은 내용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해 이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은행들은 우선 입출금, 계좌이체, 환전, 해외송금, 펀드 가입, 증명 등 100가지가 넘는 수수료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폐지할 수 있는 수수료는 최대한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은행 수수료는 우리은행 195가지, 국민은행 132가지, 하나은행 116가지 등 은행마다 100가지가 넘는다.
수수료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존속돼 온 수수료들도 사실상 폐지된다.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은 ATM을 이용한 자행이체(같은 은행 지점 간 이체) 수수료를 영업시간 내에만 면제했으나, 앞으로는 영업시간이 지나도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은행들은 주거래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도 영업시간이 지나면 500~600원의 수수료를 받았으나, 하루 2회 이상 인출 시 이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기로 했다.
ATM을 이용한 타행이체(다른 은행 간 이체) 수수료도 대폭 인하된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금융결제원이 받고 있는 건당 400~450원의 수수료를 낮춰줄 것을 결제원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또 은행 간 협약을 통해 상대방 은행에 요구하는 수수료를 서로 낮춰 타행이체 수수료를 최대 50% 인하하기로 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수수료 혜택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차상위계층 206만명과 사회소외계층 170만명을 대상으로 28일부터 일부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다.
면제 대상은 영업시간 외 자행 ATM을 이용한 현금인출 수수료 500원과 계좌이체 수수료 300~1천600원이며, 인터넷·모바일·폰뱅킹을 이용한 타행 송금수수료 500원도 면제된다.
신한은행은 기초생활수급자의 계좌이체 수수료 및 자행 ATM 이용 현금인출 수수료 등을 면제해 주기로 했으며, 차상위계층은 이보다 다소 축소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밖에 은행별로 노인, 국가유공자,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의 수수료 면제 혜택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이러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외계층 고객이 가까운 은행 영업점에 행정기관에서 발급한 관련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서민 수수료 혜택을 부여하게 되면 은행별로 수백억원의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이익의 사회 공유 차원에서 결단들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