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로존 생산이 3개월째 위축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채무 위기 장기화 속에 역내 경제가 이미 실질적인 침체에 빠졌음을 뒷받침했다.
특히 유로존 경제 견인차인 독일도 제조업 활동이 지난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위축되고 실업률도 18개월만에 첫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유로존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전문 분석기관 마르키트가 발표한 유로권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10월 확정치는 47.1로 전달의 48.5에서 1.4포인트 더 하락했다. 이는 앞서 나온 잠정치 47.3보다도 낮아진 것이며, 3개월째 50을 밑돈 것이다. 지수가 50 밑이면 위축을, 상회하면 확장을 의미한다.
하위 부문인 생산과 신규 주문 지수들도 모두 2009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 지수는 10월에 46.6으로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주문 지수는 43.4로 주저앉아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문제는 유로존에서 가장 중요한 독일도 경제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PMI 지수가 9월에 50.3으로 나타나 확장 쪽에 겨우 턱걸이했던 독일은 10월에는 결국 49.1로 위축 국면으로 떨어졌다. 독일 지수가 50을 밑돈 것은 근 2년 만에 처음이다.
스페인의 공장 활동은 10월에 6개월째 하락했으며 이탈리아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주저앉으면서 28개월 사이 최저치인 43.3을 기록했다. 프랑스 제조업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권 가운데 아일랜드가 유일하게 10월에 생산 지수가 상승했다.
독일 실업자도 10월에 1만명이 늘어 모두 29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실업률도 10월에는 7%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독일의 실업률이 증가하기는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유로권 평균 실업률은 10월에 10.2%였으며, 스페인의 경우 무려 22.6%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마르키트의 롭 돕슨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생산, 신규 주문 및 신규 수출주문 모두가 2009년 중반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반면 인플레는 상대적인 진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를 웃돈 3%대이긴 하지만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돕슨은 "유일하게 밝은 소식이라면 인플레 진정"이라면서 "제조업자가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될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