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관련 정책금융기관들의 기능 개편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일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기업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기능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 경제ㆍ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기가 나쁠 때 중소기업 자금지원부터 줄이는 은행들의 `경기순응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맞물려 있다. 증권업무에 강점을 지닌 산은을 `CIB(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혼합형태)' 형태로 민영화하는 동시에 산은이 맡았던 시장안정 기능을 정책금융공사로 이관하는 게 뼈대다.
금융위는 지난 2009년 금호그룹 사태처럼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기업 구조조정을 앞으론 정책금융공사가 주도하면서 방송통신융합, 녹색산업, 바이오헬스 등 전략적 신성장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전담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에 대해선 국내기업 지원 사업을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기업은행에 넘겨주고, 해외 플랜트와 무역금융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흐르고 일회성 국내용 사업에 열중하면서 정부에 계속 자본 확대를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ㆍ기보는 재무제표 평가 중심의 전통기업 보증업무(신보)와 기술력 평가 중심의 이노베이션ㆍ벤처기업 보증업무(기보)로 영역 구분을 확실히 두면서 기존의 중복보증은 점진적인 분할 상환을 유도키로 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이들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중소기업 자금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담 등을 통해 자금지원 체계의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가 올 때(사정이 어려울 때) 우산(자금지원)을 빼앗는 것에 비유되는 은행들의 대출행태를 고려해 정책금융기관들이 미리 튼튼한 우산을 준비해두도록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치인 100을 찍었던 중소기업 업황 BSI는 이후 점차 낮아져 지난달 79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대출 의향을 설문조사한 대출태도지수도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 1분기 22에서 4분기 13으로 급락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책금융기관 기능 개편은 기관 간 업무 중복을 줄이고 핵심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아직 기관 통폐합까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