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주택 취득세 50% 감면 조치의 종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9억원 미만 주택 등에 대해서는 감면 조치가 부분적으로 연장될 예정이지만 그 폭은 줄어들게 돼 거래 부진과 전세난 압박에 시달리는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올해 말로 끝나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나섰지만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행정안전부와 국토해양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건의서를 제출해 취득세 감면 기간을 내년 말까지로 1년 더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등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국내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세제 혜택마저 줄어들면 침체한 주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전세난 해결을 위해 주택 매매거래를 살리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서는 취득세 감면이 꼭 필요하다"며 "주택 거래가 늘어나야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기 활성화가 가능하고 지방세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종전 4%에서 2%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의 취득세율을 2%에서 1%로 각각 낮췄는데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로 감면 기간을 전면 연장하지는 못했다.
다만 9억원 이하 1주택자와 일시적인 2주택자에 한해 내년까지 1년 더 취득세를 줄여주기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지만 세율이 올해 1%에서 내년 2%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에게는 사실상 세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업계가 신축주택 판매 부진과 신규 사업물량 감소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데 취득세 혜택이 사라지면 주택 매수세가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건설사의 신축 분양주택, 특히 중대형 판매에 더욱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취득세 감면 조치의 종료가 부동산 시장에 어느정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부동산은 세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취득세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금 중 가장 비중이 크니까 취득세 환원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다"며 "수요자들에게는 세금이 종전 수준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르는 것처럼 느껴질 테니 거래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토해양부는 취득세 감면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지만 지자체가 세수 부족으로 반발하고 있고, 3.22 대책에서 취득세 세수 감소분을 정부가 전액 재정에서 보전해주기로 했던 만큼 정부 재정상황 등을 고려할 때 연장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이 최근 주택거래량 증가에 도움이 된 만큼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취득세 감면 혜택은 지자체와 세수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